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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눔의 행복2021-03-22 18:26
카테고리간증
작성자 Level 10

나눔의 행복

      

                                                                                                                          이 현주 권사 


1994년 1월 17일 새벽 4시 30분에 규모 6.7의 강진이 LA 북서쪽 20마일 Northridge 에서 발생 했다. 사망자 57명, 부상자 5,000명, 건물 4만여 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딸이 화장실 가겠다고 들어왔는데 조금 있다 방바닥에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지만 순간적으로 아이들을 이불로 덮어 씌운뒤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 이었다. 집은 계속 흔들렸고 샹들리에와 결혼때 가져온  크리스탈 그릇들은 바닥에 딩굴고 있었다. TV와 가구들도 바닥에 뒹굴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을 생각해서 그 어린 애들에게 구원의 확신과 천국의 소망을 설명했다. 그리고 주님께 우리의 영혼을 의탁 드린다는 기도를 드렸다. 우리 얘들을 그 때 무섭지 않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이튿날 TV 뉴스에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은 참혹했다. 프리웨이가 끊어지고 붕괴되었다. 건물과 집들이 무너지고 주 방위군이 출동을 했다. TV 뉴스에 아는 집사님도 나왔는데 그  집사님네 집 한 가운데 기둥이 뻥 뚫려 하늘이 보였다. 나와 같이 Grace Community Church 에서 Bible Study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부하는 집사님 이셨다. 유난히 마음이 넓고 온유 하여서 큰 언니 같은 분이고 서로 집으로 초청해서 식사도 같이 하는 사이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얼마나 놀랐을까 걱정이 됐다.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남편의 도움을 청했다. 우리 부부는 급한대로 물과 라면, 한국 과자 등을 사고, 성경 말씀과 간단한 편지 그리고 마음을 담은 현금을 넣고, 길을 나섰다. 

가면서 보니 온통 전기가 나가서 신호등이 없었다. 운전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지나면서 보니 CSUN (노스리치 대학) 주차장 건물은 엿가락이 휜것처럼 늘어져 있었다. 주택가로 들어갈수록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암흑 그 자체였다. 이러다가 어둠 속에 길 잃고 갇혀 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었다. 

이 상황에 운전대를 잡고 운전해 주는 남편에게 미안 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니 집사님은 놀라며 반가워했다. 똑같이 힘든데 어떻게 찾아 왔느냐며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 이셨다. 나도 눈물이 났다. 기가 막히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같이 기도하고 격려했다.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주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 이었다. 그래도 달려가 얼굴보고 위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할 일을 한 것 같은 심정 이었고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다녀온 후에도 더 가까운 마음으로 안부를 물으며 위로를 나누었다. 내가 가져간 한국 과자를 아이들이 제일 좋아 했다고 전해 주시기도 했다. Bible Study는 다시 시작 되었고 참가한 우리들은 그 사고의 현장에서 가졌던 삼정, 공포, 두려움, 아이들이 겪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대해 나누었다. 모두 피해자 이지만 그 어려운 시간들을 서로 보듬으며 주님께 더 가까이,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가 어느 신문에 그 집사님이 추수 감사절에 감사에 대한 기고문을 냈는데 내 이름도 있더라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그 위기에서 나눈 마음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 하신것 같다. 맘을 받아 주신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집사님은 그 후 교회를 섬기시며 이런 저런 모습으로 감사와 사랑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전해 듣는다. 돌아보면 그 어려운 기간에 서로 나눔을 실천 할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지금 돌아봐도 그때 집사님을 찾아간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 된다. '나눔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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