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 승인 후
연례 성탄절 인사말 통해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승인한 며칠 후 있었던 연설에서, 교황청 관리들에게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교황청 관리들과의 연례 행사인 성탄절 축하 인사말에서, 가톨릭교회를 효과적으로 섬기기 위해서는 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마 주교는 “두려움, 경직성, 단조로움 등은 확실히 문제 유발 소지가 적다는 이점이 있지만, 미로 안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교회와 전 세계를 위해 봉사하도록 부름 받은 우리의 사명을 저해한다”며 “여기 교황청에서 봉사하는 우리도 계속 진보하고, 진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발전시키며, 안주하려는 유혹을 극복하고, 두려움의 ‘미로’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종 선한 의도를 가장해 우리를 현실과 분리시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경계하자”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바티칸 교황청의 봉사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보수와 진보의 분열을 언급하며 “핵심적인 주요 차이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초심의 열정을 잃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로, 그것이 바로 ‘차이’”라며 “사랑하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또한 ‘전지전능의 환상’과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분별력과 율법주의적 엄격함의 차이를 강조하며 사목적 적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바티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전례적 관점과 밀접하게 연관된 축복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넓히고 풍부하게 하는” ‘축복에 대한 신심’이라는 제목의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선언문에 대해, 미국 가톨릭 주교회는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결혼이 ‘한 남자와 한 여자만을 위한 결합’이라는 교리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하며, 단지 성사적 축복과 하나님의 은총을 원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목적 축복을 구분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가톨릭교회 지도부는 “비정상적인 동성 커플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결혼에 대한 교회의 오랜 가르침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지 않고도 축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절 축하 인사말에서 이 선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넘어 경청과 분별을 촉구했다.
이 선언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진보주의자들과 성소수자 옹호자들은 포용의 제스처라며 환영한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카자흐스탄의 한 가톨릭 대주교는 가톨릭교회가 ‘젠더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바티칸 교황청의 이번 선언문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헤럴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아스타나 성모 마리아 대교구의 대주교로 재직 중인 토마쉬 페타는 동성 커플에 대한 어떤 형태의 축복도 금지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공개적으로 이 선언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연합감리교연회(UMC) 측 통계에 따르면, 올 한해 UMC를 떠난 교회는 5천 6백개 이상이고, 지난 2019년 이후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총 7658개의 교회가 탈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UMC회원 교회의 4분의1이 동성애 관련 이슈로 탈퇴했다.
전문가들은 UMC가 동성애 문제에 대한 태도변화가 없는 한, 내년에도 회원 교회들의 탈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