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3, 2024

[정준모 박사 칼럼] 메마른 사막과 갈급한 영혼에 생수를 부어 주소서

인기 칼럼

정준모 박사

◆사막화돼 가고 있는 지구촌의 실상을 영적 세계에서 조망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22.8.15)에 ‘콜로라도 강이 마르고 있다’라는 심각한 가뭄에 대한 글이 실렸다. 1,450마일 길이의 이 강은 미국 서부 전역에서 4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5백만 에이커 이상의 농업에 물을 제공하는 젖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년간의 가혹한 가뭄은 그 흐름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췄다.

또한 CNN 뉴스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미드 호수에서 5번째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드 호수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지역 등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공 호수다. 이 호수는 1936년 후버댐 건설로 조성돼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지역 등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전례 없는 가뭄으로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자 바닥에 묻혀 있던 유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달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1980년대 해발 373m까지 올라갔던 이 호수의 수량은 전체 수용량 대비 27%에 불과한 것으로 초대형 가뭄이 초래된 것이다.

지난 8월 11일 미국 의회 신문인 <더 힐>도 미 서부 지역이 최악의 건조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2000년경부터 시작된 현재의 가뭄 상황은 남쪽 텍사스에서 북쪽 오리건까지 서부 모든 지역의 수천만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콜로라도 강으로부터 유입된 미드 호수의 경우처럼 수원지가 고갈되는 사태는 물론이고 언제든 정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가뭄 감시국 자료에 따르면, 미 서부의 6%가 농작물과 목초지의 비정상적인 손실 그리고 전면적인 물 비상사태 같은 ‘비정상적인’ 가뭄 상태, 23%는 ‘극심한’ 가뭄 상태, 농작물 손실과 빈번한 물 부족으로 당국이 물을 제한하는 ‘심각’ 상태는 26%나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100%가 ‘비정상적인 건조’ 상태라고 밝혔다.


얼마 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긴급 가뭄대책 회의를 가지는 기현상도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지만 97.5%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기에 매우 다급하고 중요한 의제로 다루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원들은 지금의 가뭄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75%라는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주 덴버도 연간 적설량과 강수량이 현저하게 줄어 해마다 가뭄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가뭄과 건조 현상이 심해져 온 들판이 사막화돼 가는 광야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울창하던 산들도 높은 정상부터 점점 아래 쪽으로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비 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만큼 공기가 매우 건조하다. 겨울에는 적설량이 적고, 봄, 여름을 지나면서 강우량도 거의 없었다. 겨울 동안 내린 눈으로 일년 내내 하얗게 보이던 파잌스 픽(Pike Peak, 해발 14,115 Ft, 4302M, 콜로라도 스프링스 도시에서 보이는 로키산 최고봉)도 근래 들어 강설량이 적은 탓으로 그냥 바위산으로 보일 뿐이다.

도시 수도국에서는 한여름 동안은 잔디밭 물주는 시간과 양을 줄여 달라는 우편물이 배달된다. 30년 전 유학 시절, 이곳은 강설량이 많아 시냇가와 저수지에 수량이 넘쳤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점점 말라버린 시냇가와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를 볼 수 있다. 또한 이곳 저곳 흘러버릴 물을 저장할 인공 저수지 공사장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연의 변화와 이에 대처하고 반응하는 인간사회의 모습이다.

◆인생의 황폐한 땅에서 주를 찾기에 갈망하는 나의 영혼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시편 63:1).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요한복음 7:38-39).

영과 육으로 이뤄진 우리 인생은 누구나 예외 없이 건조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다. 내 영혼의 건조기가 올 때, 그 징후, 원인, 유익 그리고 그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내 영혼이 탈진하고 무기력해지고 삶의 의미가 퇴색해질 때,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현대 영성의 스승 되는 헨리 나우엔(Henry J. Nouwen, 1932-1996)은 “영적 생활에서 때때로 극심한 메마름과 건조기를 체험할 때가 있다. 도대체 기도할 필요조차도 느끼지 못하거나, 하나님의 현존을 전혀 체험하지도 못하며 찬미와 찬송이 그저 따분하게만 느껴지고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께 대한 우리의 믿음 일체가 그저 옛날 옛적 어린 시절의 동화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러나 이때의 이런 느낌이나 생각들은 그저 느낌이나 생각에 불과할 뿐, 성령께서는 그런 느낌이나 생각들 너머에 살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커다란 은총이지만 그런 생각이나 느낌을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없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의 메마른 느낌과 생각이 찾아올 때는 오히려 나를 더 큰 믿음에로 부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 영적인 건조기나 메마름의 시기에도 늦추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여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성숙에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죽은 심령에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핀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나길

아타카마 사막(스페인어: Desierto de Atacama)은 칠레의 각광받는 관광지 중 하나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 서쪽에 있는 사막으로 그 면적은 10만5천㎢ 크기로 남한 면적보다 약간 크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유명한 곳인데 일부 지역에는 연 강수량이 전혀 없어 미생물조차 아예 살지 못한다.

아타카마 사막은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이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선정한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강우량이 연평균 66mm 밖에 안되는 그 유명한 데스 밸리(Death valley)보다 50배 이상 건조하다.

그런데 5년에서 7년에 한 번씩 예상 밖의 집중호우가 내리면 8월부터 11월까지 200여 가지 사막의 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이것을 가리켜 ‘개화 사막'(desierto florido: 꽃피는 사막)이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 내린 폭우는 지난 2015년 7년 치의 강수량이 12시간 내 사막에 내려 그 계절 동안 아름다운 꽃을 피워 BBC에 방송될 정도였다.

강수량이 전혀 없을 때는 삭막한 사막을 이루나 때마침 집중호우를 만나면 꽃이 피는 사막의 아름다움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자연 현상은 그리스도인의 영적 삶에도 적용되고 자연 계시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영적 건조기는 왜, 그리고 어떻게 신령한 단비, 생수를 얻을 수 있을까?

영적 건조기는 왜 오게 될까? 영적 건조기는 죄 때문에 올 수 있지만, 죄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영적 건조기는 우리의 삶을 황폐시키고,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인생을 이끌어가는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를 볼 때, 합력하여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롬 8:28).

영적 건조기가 나쁘긴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영적 건조기는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고 믿음을 연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적 건조기가 오히려 영적 성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적 건조기는 나의 믿음의 진수를 측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약 1:2-4). 영적 건조기가 임하기 전에 그때를 대비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지혜다. 그러나 그런 지혜가 부족하여 지혜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또 인간이기도 하다.

영적 건조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주님의 품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주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 것이다. 주님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며, 주님께 나아가 영혼의 메마름과 갈증을 호소해야 한다.

영적인 건조기에는 우리의 얄팍한 지성적 판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한 변화무쌍한 감정에 따르거나 연약한 의지에 맡길 수도 없다. 오직 하나님 의존의 사색과 판단, 그리고 의지적 결단이 요구된다. 자신의 연약한 믿음의 강화를 위해 성령님의 도움을 간구해야 한다. 혹여나 성령의 조명 아래 자신의 죄 문제가 발견되면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철저히 회개하면서 회복의 십자가를 붙잡아야 한다.

◆주여, 저의 심령에 패연하우의 은총을 내리소서,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

여름 가뭄에 말라버린 나뭇잎처럼 곧 부서져 버릴 자신의 삶을 주님께 토로하며 갈라진 내 마음의 패연하우(沛然下雨: 비가 넘치도록 내린다) 은총을 갈망해야 한다. 영적 건조기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화위복의 하나님, 역전승의 하나님이시다. 영적 건조기는 자신의 영혼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신의 영혼의 상태,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연 및 물질과의 관계를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이 황폐해졌다. 영혼의 사막화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럴듯한 위치에서 스스로를 속이며 생수가 아닌 세상의 폐수로 내 영혼의 갈증과 목마름을 더해 갔다.

광야 땅에 살기에 목마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이 광야이기에 목마름을 느낀다. 그러나 주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놀라우신 은혜로 내 영혼의 싹틔움과 꽃피움을 주시는 영적 아카다마를 누리게 하신다.

필자와 김선웅목사와 함께

광야에서 사막의 목마름을 느끼고 영혼이 기진맥진할 때, 패연하우의 은총를 주신다. 소낙비의 은혜를 주셔서 내 영혼이 헐떡거리며 마시게 하신다.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고 내 산 사방에 복을 내리며 때를 따라 소낙비를 내리되 복된 소낙비를 내리리라”(에스겔 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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