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ABC 뉴스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36년 만에 상봉한 사연을 보도했다. 출생의 비밀을 몰랐던 이 쌍둥이 자매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36년을 살았다. 서로 존재를 모르던 두 자매의 재회는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받게 된 DNA 검사 덕분이었다.
사연의 주인공인 몰리 시너트(36)와 에밀리 부쉬넬(36) 자매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일 때 미국의 서로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다. 몰리는 플로리다의 한 유대인 가정으로 입양됐고, 에밀리 역시 필라델피아의 한 유대인 가족이 입양했다. 두 재매는 올해 초 비슷한 시기에 DNA 검사를 받았다. 에밀리의 11살 된 딸 이사벨이 “엄마 쪽 가족이 더 있는지 알고 싶다”며 DNA 검사를 채근했다. DNA 검사가 내키지 않았던 에밀리는 딸에게 대신 DNA 검사를 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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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몰리는 가족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았다. 이사벨이라는 생판 모르는 아이와 자신의 유전자가 49.96% 일치한다며 ‘당신의 딸’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몰리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몰리가 이런 결과를 받은 건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에밀리의 딸 이사벨이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비슷한 시기 DNA 검사 결과를 받은 이사벨은 몰리에게 ‘나의 어머니도 1985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고 3월 29일이 생일이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몰리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제 삶이 변했다”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딸에게 이런 소식을 듣게 된 에밀리 역시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자랐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단절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며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가슴에 있던 구멍이 곧장 채워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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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는 곧장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서로 사진을 교환하면서 둘은 도플갱어처럼 똑 닮은 과거 사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영상 통화로 연락을 이어오던 둘은 36번째 생일이던 지난달 29일 상봉했다.
에밀리는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쌍둥이 자매와 함께할 수 있던 지난 36년의 세월을 빼앗겼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 자매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 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