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여 년 전 염색 기술 증거
유대인의 성막과 레위 제사장들의 의복에 사용된 고가의 염료로, 성경에서 ‘주홍색 벌레’(톨라앗 하샤니)로 알려진 3,800년 된 천 조각이 8년 전 유대 사막에서 발견된 후 연구자들에 의해 그 정체가 밝혀졌다.
CBN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물 당국(IAA), 바르일란대학교, 히브리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해골 동굴에서 발견한 천 조각(2㎝×2㎝)에 대해 탄소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사용된 붉은 염료는 실제로 중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1767-1954) 참나무 비늘 곤충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경에는 ‘주홍색 벌레’라고 명명된 색이 25번 언급되어 있으며, 종종 고운 파란색(테켈레트) 및 자주색(아가만)과 함께 사용된다. 사무엘하 1장 24절에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딸들아, 너희를 주홍색과 고운 옷으로 입히고 금으로 장식을 한 (왕) 사울을 위하여 울라’고 권면한다.
이 천 조각은IAA와 히브리 대학교가 실시한 유산 프로젝트 실행 중 발견됐다. 이 프로젝트는 유대 사막에 퍼져 있는 유물들에 대한 도난 방지와 보존 및 보호를 위한 조치다.
동굴에서 수십 개의 천 조각이 발견되었지만 그중 눈에 띄는 밝은 색의 이 붉은 천 조각은 귀중한 주홍색 염료일 가능성이 높았다.
IAA의 유기물 컬렉션 큐레이터인 나마 수케닉(Na’ama Sukenik )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고대에는 케르메스 참나무에 서식하는 암컷 비늘 곤충에서 염료를 생산했다고 한다.
수케닉 박사는 “염료의 양이 가장 많은 여름철 암컷이 알을 낳은 후 부화하기 전 한 달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케르메스를 채집했다”며 “케르메스를 채집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크기가 작아 찾기 어렵고, 위장색으로 인해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과 염료 생산이 소량이라는 점, 반면에 섬유 염색에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붉은 색조(주홍색)로 매우 귀하게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무역 문서에는 케르메스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가 언급되어 있다. 바르일란 대학교의 조하르 아마르(Zohar Amar) 교수는 “성경에서는 참나무 비늘 곤충에서 추출한 염료를 ‘주홍색 벌레’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당시에 사용된 ‘벌레’는 곤충의 발달 단계를 가리킨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오늘날에도 남미에서는 일부 선인장에 서식하는 비늘 곤충을 사용하여 직물을 염색한다.
‘주홍색 벌레’ 곤충을 생산하는 나무에 관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 위치다. 바르일란대학교의 데이비드 루츠(David Lutz) 교수에 의하면, 이 종은 “스페인, 프랑스 등 지중해 중부 및 동부 지역에서는 흔하지만 이스라엘 땅에서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해골 동굴 발굴 책임자인 유리 다비도비치(Uri Davidovich) 박사는 “이 천 조각이 어떻게 이 사막 동굴까지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3,800여 년 전인 중기 청동기 시대에 비늘 벌레를 이용한 붉은색 양모 섬유 염색 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수케닉 박사는 “이번에 밝혀진 내용은 문헌 자료와 고고학적 발견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고, 곤충을 이용한 고대 직물 염색 산업의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