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송년 주일입니다. 때로 마지막은 후회와 허무함을 안겨다 줍니다. “아, 이제 끝났구나. 모든 것이 덧없이 지나갔구나.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자책하며 자기연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무기력함, 무능함을 탓하며 실망하기도 합니다.
중학교 졸업식 때 생물을 가르치셨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야.” 어린 마음에 화살처럼 박혀서 지금도 그 교훈을 되새김질합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뒤를 돌아보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은 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주십니다. 나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사도바울은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들을 향하여 달려간다고 했습니다. 잘한 것도, 못한 것도 깨끗이 잊어버리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새날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야 합니다.
과거가 앞날의 발목을 붙잡게 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실수가 있었다 할지라도 타산지석으로 삼고, 예수의 보혈로 씻음 받아 성령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지나온 삶의 발걸음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십니다.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나님은 얼마든지 나를 새롭게 하실 수가 있습니다. 주의 성실로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선물로 주셨던 2023년, 365일은 날마다 하나님의 자비로 가득했습니다. 때때로 주님을 잊은 적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한 번도 떠나시거나 버리시지 않으셨습니다. 연약할수록 더 가까이하셨고, 힘들수록 더 도와주셨습니다. 우리는 항상 문제 속에 파묻혀 분주했지만,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한 길로 늘 인도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한반도의 최남단, 해남 땅끝마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마지막 지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아 “희망의 땅끝” 표지석 앞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냅니다. 희망찬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새 출발을 합니다. 끝은 희망의 시작점입니다.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청신호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