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4, 2025

[박헌승 목사 칼럼]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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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

벌써 가을의 빛깔이 짙어만 갑니다. 매년 소리도 없이 찾아오는 가을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을 친구처럼 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늘 미안합니다. 가을을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합니다. “내년에는 가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맞이해야지.” 그러나 항상 생각에 그치고 가을이 떠난 자리에 서서 아쉬워하기만 합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을을 홀대하지만, 가을은 여전히 나를 친구처럼 여기고 딱딱해진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맑은 하늘, 싱그러운 바람, 황홀한 채색으로 내 마음의 캔버스에 수채화를 그려줍니다. 외로운 자, 힘들어하는 자, 아픈 자에게도 속 깊은 친구가 되어 위로의 손길로 함께 합니다. 가을은 모두를 친구 삼고,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도 말이 없습니다. 오곡백과로 한 상 차려주고 웃기만 하는 친구, 아무런 칭찬이나 보상도 기대하지 않고 살그머니 떠나는 친구가 가을입니다.

아직 가을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제라도 가을을 벗 삼아 사랑하려 합니다. 편지를 쓰고 싶고, 숲 속 오솔길을 걷고 싶고, 한 편의 시를 읊고 싶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고, 낙엽을 밟고 싶고, 빗속을 거닐고 싶고, 사랑의 추억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시월의 들판을 풍요롭게 하고, 허망하고 삭막해진 마음의 들판도 살찌우게 하는 가을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변함없이 사랑을 베풀어 주는 가을을 실망시키지 말고 풍성히 감사해야 합니다. 이제 오자마자 떠날 차비를 벌써 하고 있는 가을에 고맙다는 말을 해봅시다.

가을에 감사할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결실의 가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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