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지도자들, ‘신학적 재앙’ 수준이라며 비판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 입장은 재확인
지난 주일, 로마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물론, 그 관계는 ‘비정상적’이며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한다는 기존 교황청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바티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에 있는 커플,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예식에 상응하거나 결혼예식에 합당한 복장이나 몸짓 또는 말로 축복하지 않는 한, 이들에게도 축복을 배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는 결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만을 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유사결혼이나 혼외 성관계에 대한 전례적인 축복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언론은 이번 선언문 발표에 대해, 최근 교황청이 관여한 가장 권위있은 발표라고 평가했다.
비록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만을 인정한다는 교황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긴 했지만,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번 선언문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크리스천헤드라인뉴스가 보도했다.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남침례신학대학교 앨버트 몰러 총장은 팟캐스트 ‘더 브리핑’에서,
이번 선언문은 “성별, 성 정체성, 문명, 결혼관 등에 대한 갈라치기를 부추기는 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격”이라며 “진일보한 결정이자 ‘신학적 재앙’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예수회 사제이자 동성 결혼 지지자인 제임스 마틴은 이번 선언문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한편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이번 선언문이 ‘결혼의 정의’를 바꾸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공보국장 노구치 치에코는 “이번에 발표된 선언문은 전례적(성사적) 축복과 사목적 축복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는 삶에서 하나님 사랑의 은총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며 “결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약한 문빗장 하나 풀었다고 큰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 둘 풀게 되면 결국 큰 문은 열리고 만다. 몰러 총장도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는 몰러 총장의 우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