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운동 중심 비서구교회로 이동
비서구교회 리더 모임 코알라 주목
예배당 건축보단 현지 교회와 동역
교단 선교부 소통·동일 정책 추진
세계선교의 판도가 바뀌었다. 선교 운동의 중심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고 있다. 역사적인 전환기에 한국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쇠퇴하는 서구교회와 떠오르는 비서구교회를 동시에 견인하면서 세계선교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책을 국내 140여 개 선교단체의 협의체인 한국세계선교회협의회(KWMA)와 실무 책임자 강대흥 사무총장이 맡을 전망이다. 중차대한 시점에 지난 2월 KWMA 정기총회에서 강대흥 사무총장이 연임한 것은 희소식이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37년간 태국 등의 선교지에서 사역한 현장 전문가이면서, 국내 최고의 선교 전략가로 꼽힌다. 게다가 그는 세계선교의 주요 리더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 4년, 강대흥 사무총장의 임기 동안 KWMA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강대흥 사무총장에게 세계선교의 새로운 흐름과 선교계 주요 현안을 묻고, KWMA와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먼저 연임에 성공하신 것 축하합니다. 인사와 더불어 소감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단 선교기관 GMS의 이사장님과 임원들, 자문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파송교회인 의정부 광명교회와 최남수 목사님께서 전적으로 지원해주셔서 세계선교를 위해 일할 수 있었습니다. KWMA 이사님들과 선교단체 대표님들, 지난 4년 내내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일해준 KWMA 본부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이 큽니다. 국내 선교단체의 리더들로부터 지난 4년간 보여준 일보다 앞으로 4년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연임되길 원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바람대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해운대포럼에서 ‘뉴타깃 2030’을 발표하면서, 세계선교의 중심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계선교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건 팩트입니다. 북반구 서구교회가 쇠퇴하는 반면 남반구 비서구교회가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비서구에 있는 교회에서 선교사 파송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어요. 게다가 남반구에서 파송하는 선교사의 나이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입니다. 다만 비서구교회의 특징은 가난하다는 겁니다. 이들의 선교사가 선교지에 가서 교회 학교 병원을 세우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선교는 지금까지의 선교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개될 겁니다. 서구교회가 우리나라에 와서 했던 크리스텐덤(Cristendom) 선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과거 선교사를 파송했던 북미나 유럽에서 이제는 선교사를 받기도 합니다. 선교사를 파송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폴리센트릭(Polycentric) 선교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세계선교의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주의해야 할 게 한국교회가 자본력을 통해 일을 해결하고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세계교회 가운데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선교는 아웃사이더가 중심이 되어선 안 됩니다. 파송교회, 파송단체 그리고 선교사가 바로 아웃사이더예요. 한국교회는 파송교회의 정책에 따라 선교사를 보내고 선교사는 파송교회가 원하는 사역을 하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의 선교 행태를 접고 현지 교회와 동역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선교사는 철저하게 현지 교회의 생각에 따라줘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겸손하게 현지 교회에 접근할 때 세계선교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해운대포럼에서 비서구교회와 협력하는 선교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는데, 계획하고 있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선교지도자 모임 코알라(COALA)가 있습니다. 코알라는 2023년 평창에서 열린 세계선교전략회의에서 첫 모임을 갖고 시작했어요. 지난해 5월엔 태국에서 2차 대회를 열었죠. 당시 폴리센트릭 선교 시대의 선교 원칙을 권고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는데, 이게 전 세계에 퍼지면서 파장을 일으켰어요. 제4차 로잔대회에서도 “도대체 코알라가 뭐냐”며 반향이 컸어요. 오는 4월 파나마에서 코알라가 다시 모입니다. 코알라 운동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비서구교회가 몰려드는 선교 운동이 됐습니다. 서구교회에서도 코알라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이 중심이 돼 코알라를 섬기고 있어요. 이처럼 세계선교가 재편되는 가운데, 그 중심에 KWMA가 있습니다.
▲국내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도 언급했는데, 효과적인 이주민 선교 방안은 무엇일까요.
=많은 교회가 선교적인 시각으로 이주민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데, 잊고 있는 게 있어요.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들이 사역하는 목사나 선교사보다 부자라는 겁니다. 이주민 선교에서도 앞서 언급한 크리스텐덤 선교를 하면 안 돼요. 그보다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마음을 갖고 선하게 대하면 그들 가운데 주님께 오는 사람이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게 전략입니다.

▲‘뉴타깃 2030’을 통해 다음세대를 선교의 후발주자로 삼겠다고도 했어요. 다만 현재 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투자해야 합니다. 다음세대들이 외국 많이 나가잖아요. 교회에서 외국에 나가는 다음세대에게 선교하라고 하지 말고, 언어와 문화만 배우고 주일에 교회만 가라고 해야 해요. 훗날 그들이 교회에서 선교 리더가 될 수 있고, 신학교를 갈 수도 있고, 선교사로 나갈 수도 있어요. 어느 나라든 한 달에 100만원 있으면 살 수 있어요. KWMA는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언어를 배운다고 하면 매월 50만원씩 돕는 게 있어요. 여기에 교회에서 매달 20~30만원을 지원하면 다음세대들이 외국에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다음세대에게 묻지마 투자할 때입니다. 훗날 그들이 한국교회의 주역이 될 겁니다.
▲한국교회는 복음이 열린 지역이든 닫힌 지역이든 선교한다면 예배당 건축에만 사활을 거는 경향이 있어요. 선교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이미 교회가 있는 지역에 선교사가 들어가 교회를 또 지어 목회하는 것과 현지 목회자를 훈련해서 그들이 개척하고 전도하도록 돕는 것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 선교인지 고민해 보자고요.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하고 해외 지교회 개념으로 두는 건 선교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열린 지역에선 교회를 지을 게 아니라 선교사가 현지 교회와 동역하고 현지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해줘야 합니다. 닫힌 지역에선 선교사가 전략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방식으로 한국교회의 선교가 달라져야 합니다.
▲지난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 연임이 확정됐을 때 선교 생태계를 바꾸는 일에 힘쓰겠다고 하셨어요.
=선교 생태계 변화의 시작점은 한국의 교단 선교부가 같은 정책과 전략을 세우는 겁니다. 건강한 선교를 위해 먼저 교단 선교부의 마음이 하나 되어야 해요. 얼마 전 KWMA와 교단 선교부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이 내용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선교사 배치예요. 선교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지역에 또 선교사를 보낼 수 있거든요. 교단 선교부가 소통하고 똘똘 뭉쳐 같은 정책과 전략을 펴야 효과적인 선교가 가능해요. 선교사 은퇴 문제와 선교지 재산권 문제 경우에도 하나의 방향을 정해야 해요. 이제 그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4년간 무거운 짐을 질 사무총장님을 위해 합동의 목회자, 선교사,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전할 말씀 있다면 부탁합니다.
=오늘날 강대흥을 만든 것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입니다. 우리 교단이 나를 키워준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맙습니다. 제 나이 70세가 넘었어요. 동창들은 다 은퇴했는데, 강 선교사가 KWMA를 위해 더 일해야 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마워요. KWMA와 사무총장인 제가 비서구 선교 운동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 교단 목회자와 성도들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교단의 기관과 교회가 조금 더 건강한 선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