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박헌승 목사 칼럼] 오월의 노래

인기 칼럼

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오월의 노래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봄이 무르익어 가는 오월입니다. 시인 노천명이 말했듯이 푸른 오월은 계절의 여왕입니다. 사계절, 열두 달 중 오월은 군계일학과 같습니다. 오월의 한복판에 서서 바다 같은 하늘을 쳐다봅니다. 한 마리 새가 되어서 높고 파란 하늘로 훨훨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봄은 오색찬란한 꽃의 향연을 베풀고 외로움에 지친 자들을 초대합니다.

뒤뜰에 나가보니 엄동설한에 죽은 줄 알았던 개나리에서 노란 생명이 피어납니다. 산고 끝에 태어난 꽃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는 끝났구나” 했던 목련에서 하얀 생명이 솟아납니다. 눈이 부십니다. 하얀 목련화가 흰 빛깔을 토하고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킨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앞마당에 곱게 물든 빨간, 분홍, 노란 튤립이 보란 듯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간지럽히고 지나간 자리에 꽃들이 춤을 춥니다.

마음 설레게 하는 시, 괴테가 지은 “오월의 노래” 일부입니다. “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설레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이렇게 가슴 벅찬 신록의 오월.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오월의 노래”가 있습니다. 1980년 5월. 그때의 오월은 심장에서 피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오월입니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피! 피! 피!” 이제는 붉은 피로 물들었던 오월이 한 떨기 희망의 꽃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가서 2:13)

- Advertisement -spot_img

관련 아티클

spot_img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