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22, 2024

“군인교회 여전한 황금어장, 예배 살아야 교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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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통일전망대교회 담임하는 12년차 군선교사 박근일 목사

고성 통일전망대교회 군선교사 박근일 목사.

“저기 바다 쪽으로 톡 튀어나온 섬이 송도이고요. 그 뒤로 보이는 곳이 해금강 구선봉이에요. 북한 땅까지 직선거리로 5∼6킬로미터 밖에 안 돼요.”

예배당 강대상 뒤 통유리 너머로 북한 땅이 고스란히 내다 뵀다. 박근일 목사는 “통일전망대교회는 절로 북한과 통일을 위한 기도가 나오는 곳”이라며, 그만큼 코로나19가 속히 종식돼 장병들과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올해로 12년 차 되는 군선교사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2009년 12월부터 현재 통일전망대교회가 속해 있는 22사단에서 군선교 사역을 시작해, 그 후로 22사단 내에서 줄곧 사역하고 있다. 통일전망대교회에는 지난 7월 11일 부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직까지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근처 부대 장병들이 30명가량 모여 주일예배를 드렸어요. 지금은 유튜브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군인교회 역시 소속감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교회는 여전히 청년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위문을 가서 장병들을 만나면 진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요. 안 듣는 것 같아도, 간식으로 준 토스트를 먹으며 20∼30분 넘게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요. 당장에 영접을 안 해도 복음을 듣고, 목회자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고 사회에 나가는 것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죠.”

그가 군선교에 애정을 쏟는 것은 목회자로서 마땅한 사명이기도 하지만, 그간 군선교 사역을 해오며 경험한 은혜와 열매들이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진부령 근처에서 사역을 시작한 그는 많은 시간 철책선 GOP(일반전초)를 찾아다니며 장병들을 만났다. 1,100고지가 넘는 곳이 많았지만, 장병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픈 마음에 일주일에 몇 번씩 GOP를 찾아 산을 오르내렸다. GOP에서는 예배드릴 곳이 마땅찮아 빨래건조장이나 창고, 체력관리장 등이 예배 장소였다.

박근일 목사가 소초 장병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박 목사는 “목회의 십일조를 드리는 마음으로 군선교를 시작했다”며 2021년 새해에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일들을 잘 감당하고픈 마음이라고 말했다.

“근무 여건상 GOP 장병들은 주일예배를 드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저도 학사장교로 복무할 때 해안 소초장을 했었는데, 1년 가까이 제대로 예배를 못 드렸어요. 군선교사든 군목이든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는 수밖에 없어요.”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는 부지런히 GOP를 찾아다녔다. 5분 예배를 위해 3∼4시간 걸리는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갈 때는 꼭 장병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빼놓지 않았다. 하도 높은 고지들을 찾아다닌 통에 이석증을 앓기도 했고, 장거리 운전으로 승용차를 10대나 교체해야 했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렇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장병들을 찾아가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고, 마음을 나눴다. 대대 예배에 GOP 예배까지, 많을 때는 주일 하루 동안 여덟 번이나 예배를 인도하기도 했다. 2010년 6월부터는 군종병들을 교육해서 GOP 예배를 인도하도록 했다. 혼자 힘으로는 GOP를 다 찾을 수도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GOP 장병들이 주일예배를 꼬박꼬박 드리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예배에 대한 열망으로 사역을 하는 가운데, 은혜도 체험했다. “컨테이너 하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병사들이 마음 놓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도하는 가운데, 놀랍게도 기도의 응답으로 GOP소초예배당이 세워진 것이다. H빔으로 뼈대를 세우고, 샌드위치판넬로 조립한 5.5평짜리 예배당으로, 총회군선교회연합회와 전국 지회, 새로남교회와 여러 교회들, 그리고 후원자들이 기도하며 마련해 준 재정으로 GOP 10군데에 예배당을 세웠다.

“GOP 대대에 근무하던 한 장교가 어릴 때 예배당 건축을 서원한 적이 있다며, 예배당 한 곳을 지을 돈을 헌금했는데, 그게 마중물이 됐어요. 첫 소초예배당이 세워지고 병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마치 궁전을 얻는 느낌이었어요.”

지난 십여 년 예배 회복을 위해 살아왔고, 예배 회복으로 인한 은혜를 여실히 체험했기에, 그는 현재의 위드 코로나 상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예배에 만족하거나, 막연히 현장 예배가 회복되면 예전처럼 돌아갈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예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교회는 물론 삶에서의 예배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단지 심부름만 했을 뿐이지만, 돌아보면 예배를 위해 수고하고 애썼던 것을 하나님께서 너무 기뻐하신 것 같아요. 예배가 살아나니까 해발 1000고지 곳곳에 예배당이 세워지고, 도로가 포장됐어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교회(사진 왼쪽에서 첫 번째)는 금강산을 바라보며 평화통일과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곳이다. 통일전망대교회 박근일 목사는 12년째 군선교에 전념하고 있는 사역자로 각급 부대와 GOP소초를 찾아 장병들을 대상으로 예배를 인도하고, 성경공부, 성례식 등을 거행하며 신앙 전력화에 힘쓰고 있다. 특별히 박 목사는 GOP소초에 샌드위치판넬로 만든 소초예배당을 세워 장병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는 박 목사가 소초예배당에 십자가를 달고 있는 모습.

그는 예배의 회복과 함께 군선교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군선교사와 군목 등 사역자들에 대한 관심과 기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히 군인 신분인 군목과 달리 민간인 신분인 군선교사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서 자비량 목회를 하는 경우가 많아 고충이 많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상황. 그는 2014년 1월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에서 군선교사로 공식 파송을 받아, 지금까지 부목사급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감사하게도 새로남교회와 오정호 목사님이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 주셔서 지금까지 현장에서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교단만 해도 군선교사가 60명이 넘는데, 규모가 있는 교회나 노회 단위로 한 명씩 군선교사를 후원하고 파송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병들을 만나지 못하는 가운데도 그는 매일 아침 통일전망대교회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고, 통일전망대에 왔다가 잠시 예배당을 들른 관광객들을 맞는다. 관광객들 중에는 북한 출신들도 적지 않은데, 그럴 때면 북한 땅을 마주한 통일전망대교회가 단순한 군인교회를 넘어 통일을 염원하고 준비하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기도제목 겸 새해소망을 전했다.

“하나님이 언제 통일을 허락하실지 모르지만, 그때를 위해 기도하고 준비해야죠. 장병들에게도 투철한 안보 의식과 더불어 통일을 우리 손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새해에는 더욱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고 평화 통일의 기도가 흘러넘치는 예배당이 되면 좋겠습니다.”

기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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