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박헌승 목사 칼럼] “단풍과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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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캐나다는 단풍의 나라입니다. 화려한 가을 단풍은 세계적입니다. 많은 관광객이 캐나다에서 단풍을 즐깁니다. 토론토에서 퀘벡까지 800Km 이상의 뻗은 길은 아름다운 단풍길(Maple Road)로 유명합니다. 감사한 것은 퀘벡까지 가지 않더라도 동네 한 바퀴, 공원 한 바퀴만 돌아도 단풍의 풍치에 흠뻑 젖어 들 수가 있습니다.

캐나다 국기는 한가운데 붉은색 단풍잎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전의 국기는 달랐습니다. 영국연방의 일원임을 나타내는 영국 깃발이 왼쪽 위에 그려진 붉은색 기였습니다. 2차대전 이후 캐나다의 공식 국기로 채택되었지만, 프랑스계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바꾸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단풍잎 깃발(The Maple Leaf Flag)은 1964년부터 공식적인 국기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불렀던 ‘가을’이라는 동요가 생각납니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이 오면 푸른 잎은 반드시 붉은 치마로 갈아입게 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붉은 치마는 낙엽이 되어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뒹굴다가 사라집니다. 세월의 힘 앞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회색빛 가을비를 맞으며 거닐어 봅니다. 단풍이 신발에 밟힙니다. 아름답던 단풍잎이 어느새 떨어진 낙엽(落葉)이 되어 있습니다. 비에 젖은 단풍이 추워 보입니다. 안쓰럽고 측은합니다. “너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물어보니 대답이 없습니다. 단풍잎에 맺힌 빗방울이 이별의 눈물로 고여있습니다.

늦가을의 단풍(丹楓)은 ‘붉은 단’과 ‘단풍나무 풍’이 합쳐진 말입니다. ‘단풍’은 ‘단풍나무’의 준말입니다. ‘단풍’만 생각하면 서글퍼집니다. 그러나 ‘단풍’의 원래 말, ‘단풍나무’를 생각하면 다시 소망이 생깁니다. 단풍잎은 떨어지더라도 단풍나무는 그대로입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단풍나무가 자랑스럽습니다. 내년에는 더 아름답고 찬란한 붉은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납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편 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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