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의 동성결혼 합법화
15일 투표, 176표 찬성으로 통과
인구의 80∼90%가 보수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그리스가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그리스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최초 기독교 국가가 됐다. 유효투표 300표 중 찬성 176표로 통과됐다고 아테네발 cnn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는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국영 방송 ERT와의 인터뷰에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초타키스 총리는 “입법 내용은 결혼 평등이며, 이는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며 또한 “동성커플이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입양은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리스 의회는 14일(현지시간) 그리스를 정교회 기독교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획기적인 법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고 아테네발 AP통신이 보도했다.
물론 의회에서 열리는 발렌타인데이 세션은 의견이 양분되어 있다. 이에 대해 교회의 반대와 항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소폭이긴 하지만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는 현 상황에서 열리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 커플에게는 완전한 친권이 부여된다. 다만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갖는 일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통 기독교 국가인 그리스에서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 느리게나마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는 정교회와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논제를 회피해왔을 뿐이다. 사실 동성커플을 위한 시민 파트너십은 2015년에 합법화된 상태다. 당시 보수주의자들의 강력한 반대와 이후 심각한 국가 금융 위기 및 이어진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해 시행이 지연돼 왔을 뿐이다.
이에 그리스 내의 많은 동성커플은 이미 결혼 평등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다른 12개 국가 중 한 곳에서 결혼식을 갖는 등 현 정부의 현실적인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리스 정교회는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전통적인 ‘가족 모델’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를 출산 감소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라고 간주하는 많은 유럽 국가들의 주장에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본부를 둔 에큐메니칼 총대주교청을 비롯한 다른 정교회 국가에서도 그리스 정교회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를 지지하는 국가는 주로 동유럽과 남유럽에 분포해 있다. 서유럽에 비해 동성커플 수용에 인색한 국가들이다.
그리스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들은 동성 커플이 처음으로 가족 단위로 인정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획기적인 개혁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동성커플의 자녀는 대리모를 통한 것이 아닌 입양만이 가능하므로 다른 많은 유럽 국가들보다 절차상 더욱 까다롭고 오래 걸릴 수 있다.
이에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은 오히려 트랜스젠더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가족법에 대한 추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의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대한 투표는 15일(현지시간)에 마감된다.
현재 그리스에서 일고 있는 동성결혼 합법화 이슈는 여러 정치현황과 맞물려 있다. 정치인들은 오는 6월에 있을 유럽 연합 전체 선거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