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재정, 심리 활용해 포교… 이단 자료 숙지와 교단 차원 관심 필요
“어느 날 공안이 집으로 찾아왔어요. 저는 매우 긴장했죠. 그런데 공안은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 신천지 이단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자기들도 그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거예요.”(아시아 X국 B선교사)
“주로 가난한 부족들에게 접근해 호감을 삽니다. 우물을 파주고,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기도 하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기들의 교리를 설파하고, 거부할 수 없도록 합니다.”(아프리카 T국 K선교사)
최근 방송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인해 JMS를 비롯한 국내 이단·사이비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선교지에서도 국내 이단·사이비가 활개를 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단·사이비들은 특정 대륙이나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물론, 신생 선교지에도 활개를 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폐해도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이단으로 신천지는 2020년 1월 기준 해외 신도 수가 3만1849명에 달하며, 그중 중국에 1만8440명, 미국에 4462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신천지는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의 포교가 거의 막힌 상태에서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단·사이비로 인해 해당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더불어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강대흥 사무총장은 “태국의 경우 구원파가 지방 오지에 가서 교회당을 많이 지어주고, 그 지역 목회자들을 한국으로 대거 초청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구원파가 이단인 줄 모르고 찾아간다. 그러다 보니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이 위축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이단·사이비들이 해외에서 현지인들을 미혹하는 접촉점은 다양한데, 첫째, 한류를 이용한다. 한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로 점차 확산됐다. 한류는 현지에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고, 이단·사이비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남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쁜소식선교회는 2021년 남미에서 한류를 이용한 온라인 청년 캠프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프로그램으로는 한국 밴드 공연, 한국 해외봉사 체험담 등으로 한류를 적극 활용했다. 또 한국에서 비전트립팀이 직접 중남미를 방문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포교를 하는 코리안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둘째, 돈을 이용한다.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구호, 장학금, 사회기반 지원 등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점차적으로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다. 하나님의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쌀과 식료품, 생필품 등을 대량으로 전달하고, 지방정부 및 경찰 등과 관계 맺기에 나섰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구원파도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잠비아에서는 대통령과 정부 주요 관리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셋째, 심리를 이용한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현세에 대해 절망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단·사이비들이 포교 활동에서 이 부분을 파고드는 것이다. 총회세계선교회(GMS) 김정한 위기관리원장은 “이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받아들이면, 물질과 육신, 내세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미혹하는 교리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선교지 이단·사이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단 관련 책자, 세미나, 자료 등을 통해 이단·사이비에 관한 기본 상식을 습득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구원파에 대해서는 KWMA에 영어와 불어로 된 자료들이 있다. 요청하면 바로 보내줄 수 있다. 신천지에 대한 자료로 번역을 준비 중”이라며 선교사들이 국내에서 발행된 이단 관련 자료들을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교단이나 선교단체의 대책도 필요하다. 선교사가 사역하는 곳의 이단 현황을 파악한 후,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함으로, 선교사로 하여금 이단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교단의 경우 한국 자생 이단은 물론 외국의 신생 이단에 관해 조사·연구하고, 교단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선교지에서 개인적으로 이단 여부를 분별해야 하는 선교사와 현지인들에게 분명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단 사역 전문가들이 선교지를 직접 찾아 강의나 세미나를 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장합동 총회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김용대 목사)는 5월 캄보디아에서 이단대책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용대 위원장은 “선교 현장에서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캄보디아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이단대책세미나를 요청해오고 있는데, 물리적 시간적 여건으로 인해 우선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세미나를 열게 됐다. 선교사들은 물론 현지인들 대상으로도 세미나를 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단 전문 연구단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요청된다. 최근 <현대종교>는 이른바 ‘K-이단’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자료집들을 이북(e-book)으로 발간했는데, 선교지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한 위기관리원장은 “무엇보다 선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복음을 영접한 현지 성도들이 이단에 미혹되지 않도록 살피고 경계하는 일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교단과 한국교회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