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5주년 기념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였던 그 전쟁을 기억하며, 그 아픔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기립니다.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 땅에 피와 눈물을 남겼고, 지금도 한반도는 완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한 채 분단의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가정을 무너뜨렸으며, 민족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해야 하며, 아픈 역사를 정의롭고도 온유하게 회복해 가야 할 사명을 지닌 자들입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5:9)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교회는 분열을 넘어 화해로 나아가는 사명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산하 전국의 목사·장로들과 성도들이 피난지 부산 초량교회에 모여 눈물로 구국기도회를 드린 역사적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도회가 열린 지 불과 3일 만에 인천상륙작전의 승전보가 전해졌고, 국난 극복의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처럼 기독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기도의 자리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그 기도의 힘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의 초석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우리 총회 소속 새에덴교회는 10여 년 이상 유엔 참전용사들을 자비량으로 초청하여 위로 사역을 지속해 왔으며, 매년 수억에 달하는 재정을 들여 민간 외교의 귀한 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의 행보는 신앙을 넘어 국제적 연대와 섬김의 실천으로, 총회가 이 땅에서 감당해야 할 보훈 사역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이 전통을 이어받아, 국내외 이웃과의 화해, 평화, 섬김의 사역에 더욱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동시에 그 슬픔을 넘어 하나님의 평화를 선포하는 교회로서의 책임을 다시 붙듭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하고, 남북 간의 화해와 치유, 국민의 일치를 위하여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분단을 숙명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 민족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교회는 그 길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의 아픔을 치유하시고, 평화의 강물로 덮어주시기를 간구하며, 전국의 모든 교회가 한마음으로 기도의 사명을 감당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총회장 김종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