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유엔 인권이사회는 4일(현지시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해 초안 협의에 참여했다.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기 56번째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했다.
한국정부는 4일(제네바 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면서 “제52차 인권이사회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57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북한인권결의가 지난해에 이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바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결의안은 “독립신문과 기타 매체의 설립 허가를 포함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와 의견·표현·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한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정부가 2017년부터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한글판으로는 225페이지)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충격적인 반인권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 주민이 단순히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이유만으로 총살에 처하는 등 기독교인에 가해지는 박해가 생생하게 증언되어 기록되고 있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라고 선전해 왔다. 남한을 비롯해 외국에서 방북하는 기독교 인사들에게 평양 중심부에 세워진 봉수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하고 인근에 있는 칠곡교회를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그 자유가 법조문 상에만 존재한다는 데 있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 질서를 해치는 데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 아무리 신앙의 영역이라도 맘대로 통치 수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선전하는 ‘종교의 자유’가 얼마나 허황된 거짓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 놓고 사회질서, 사회안전 등의 이유로 그 자유를 통치자 마음대로 박탈해도 된다는 뜻이다.
탈북민 등 다수의 증언자들이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접해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게 이런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종교사례가 나오는 보고서 62페이지에는 북한이 종교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한 사례들이 하나둘이 아니란 점이다. 한 북한 이탈주민은 2018년에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18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렸는데 그중 한 명이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공개 총살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 비밀리에 교회를 운영하는 이들 5명이 체포돼 공개 처형됐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이 기독교를 이토록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이유는 기독교인이 믿는 유일신 하나님이 북한의 유일신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수령 우상화 정책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주체사상의 철학적 이론을 확립한 황장엽은 탈북 후 주체사상의 철학적 토대가 기독교의 유일신 교리와 접목됐음을 인정한 바 있다.
한국교회가 북한의 기독교 탄압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실상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권보고서에 실린 생생한 증언은 한국교회가 희미하게 보고 들었던 것들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 생생한 교본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한국교회 일각에선 이들과의 교류를 남북한 교회 일치와 연합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국교회는 북한과 교류의 끈을 놓지 말되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북한 주민과 당국을 혼동해선 안 될 것이다.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 모습. [사진: 유엔 인권이사회 페이스북]
고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