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ㆍ목데연, ‘유·청소년 기후환경 인식과 행동’ 조사
청소년 68.8% 위기 인지, 신앙 관련성 인정은 25%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교회 내 특히 다음세대를 교육하는 주일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기후환경 교육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유·청소년 기후환경 인식과 행동’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돼 눈길을 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가 공동 기획한 이번 조사는 4월 17일부터 6월 12일까지 이뤄졌으며, 청소년 569명과 그들의 신앙교육을 담당하는 목회자와 교사 483명이 참여했다. 연구는 주일학교 구성원들(청소년/교육자)의 기후위기 인식과 대응 행동을 분석, 기독교 신앙과 기후환경 보호의 연계성을 탐구하고 미래 교회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진행됐다.
먼저 청소년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살폈다. 조사 대상의 68.8%가 기후변화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 중 20.6%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심각한 위기로 봤다. 학생들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의 관련 정책 수립’(52.5%)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적하면서 ‘기업의 환경법 준수 경영’(30.6%)과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이상 27.4%), ‘지자체의 생활실천 운동’(27.2%) 등도 주요 해결책으로 꼽았다. 정부 정책뿐 아니라 기업의 책임, 교육의 역할, 그리고 개인의 실천 등 복합적인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종교인으로서의 기도와 행동’에 대한 응답은 11.8%에 그쳐 신앙적 측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활동과 신앙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단 25.0%의 학생들만이 기후환경 보호 활동이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다’라고 답해 ‘신앙과 관련이 없다’(31.3%)의 응답률보다 낮게 나타난 것. 이러한 결과는 교회 내에서 기후위기와 환경 보호에 대한 신앙적 관점을 더욱 강조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기독교 신앙의 창조 보전과 청지기 정신 등의 가치관과 창조세계 돌봄 활동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교육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주일학교 담당 목회자와 교사 등 교회 교육자들의 기후환경 인식과 행동은 어떠할까. 주목할 만한 점은 학생 네 명 중 한 명만이 응답한 기후위기와 신앙의 관계에 대해 교육자들의 경우 무려 77.8%가 관련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일학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73.1%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교회 교육자들이 기후위기를 단순한 사회적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는 중요한 영적 이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앞으로 주일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교육 및 활동이 활발하고 심도 있게 이뤄질 가능성을 제시하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후위기 교육에 대한 의지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응답자 열 명 중 네 명은 기후위기 교육 및 실천 운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없다’고 답했고, ‘적절한 교육 자료의 부족’(38.4%), ‘교사 및 학생들의 관심 부족’(31.2%), 그리고 ‘적절한 강사나 담당자를 찾기 어렵다’(28.8%)는 점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위기 교육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커리큘럼 개발의 시급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교육 자료의 개발과 보급, 그리고 교육 참여자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목회자와 교사들은 주일학교에서 기후위기 교육을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내용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성경적 관점’(35.8%)을 선택했다. 이는 교육이 단순한 환경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신앙적 관점과 실천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또한 ‘기후위기의 구체적인 심각성’(34.4%), ‘구체적인 실천 방법’(33.3%),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영성교육’(30.6%)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신앙에 기반한 환경 보호 의식을 함양하고, 실천적 삶의 변화로 이어가길 바라는 교회 교육자들의 기대가 담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균형 있게 갖춰져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참여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내적 동기 부여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이어 “주일학교는 이를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기후위기 교육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참여형 워크숍, 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실제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소를 통합한 기후위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살림과 목데연은 이번 연구 결과를 각 교단 교육 관련 부서 및 기관에 전달해 주일학교 교육 정책 수립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유·청소년을 위한 기후·녹색 신앙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