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교수, “성경 권위 붕괴가 세속화 핵심”

뉴욕한인남성목사회 창립 첫 세미나에서 박용규 명예교수가 ‘현대교회의 세속화’를 진단했다. 박 교수는 1650년부터 시작된 세속화의 뿌리가 성경의 권위를 허문 고등비평, 다윈주의 등이라 지적하며, 거센 도전 앞에 이민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굳게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할 사명이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창립된 뉴욕한인남성목사회(회장 유상열 목사)가 주최한 첫 공식 행사인 이번 세미나는 9월 12일 오전 10시 리빙스톤교회에서 열렸다. 사회는 박이스라엘 목사, 강사소개는 부회장 정관호 목사가 했다. 유상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남성목사회는 친목을 넘어 구별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오늘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강사로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30년간 역사신학을 가르치고 부총장과 총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한 박용규 명예교수가 나섰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예일대 신학대학원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한 박 교수는 현재 한국기독교사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 교계의 명망 있는 석학이다.
박 교수는 ‘현대교회의 세속화와 이민교회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3세기에 걸친 교회사적 흐름을 종횡으로 분석하며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용규 교수는 강의의 서두를 전 세계 730만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할과 정체성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 설립이었다”며, “하나님께서 한 시대에 한국 디아스포라를 사용하고 계신다”고 선언했다.
박용규 교수는 “1976년 뉴스위크가 ‘복음주의의 해’로 명명할 만큼 미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복음주의 운동이 불과 50년 만에 이렇게 쇠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기독교가 이렇게 수명이 짧은 종교인가? 기독교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교회의 세속화’를 지목했다.

박용규 교수는 세속화를 ‘교회가 세상을 닮아가고, 세상의 가치관이 교회를 지배하며,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차이가 없어지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이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신 주님의 명령과 달리, 오늘날 교회와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박 교수는 세속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독교는 이를 신앙적 가치의 상실이라는 부정적 관점으로 보지만, 일반 사회는 종교의 권위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계몽 운동’으로 이해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국가적으로 장려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 주도로 미션 스쿨에서 성경 과목을 점차 줄이도록 압박하는 것 역시 교묘한 세속화 정책의 일환”이라며 목회자들이 이러한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박 교수는 역사신학자 제임스 니콜스의 저서를 인용하며, 종교개혁 이후 칼빈주의가 신앙의 자유를 얻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350년의 서구 기독교 역사를 ‘서구의 세속화(Secularization of the West)’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속에 계시 중심의 기독교 세계관이 이성 중심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세속화의 물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모든 흐름의 출발점은 성경의 권위가 붕괴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권위의 원천이 성경에서 인간으로 바뀌면서 초자연적인 모든 것을 거부하게 됐고, 이는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며, 영국 교회가 진화론을 수용하고 찰스 다윈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하면서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음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했다.
박용규 교수는 350년에 걸친 세속화의 역사를 관통하며 결론적으로 이민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거대한 세속화의 물결을 교회가 막아낼 수는 없지만, 이레니우스가 이단에 맞서 교리를 변증했듯,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무엇이 비성경적인 흐름인지 바르게 교육하고 분별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이민교회는 복음에 빚진 자의 사명을 기억하고, 시들고 메마른 이 땅에 다시 복음의 불을 지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용규 교수의 메시지는 세속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이민교회가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게 하는 강력한 도전이자 격려였다.
[아멘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