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손”
시인 루이 해스킨스가 쓴 “하나님은 네 길을 아신다”(God Knows Your Way)라는 시가 있다. “깜깜한 밤에 집을 나설 때 너는 등불을 원하겠지. 그러나 먼저 네 손을 펴 하나님의 손을 붙잡아 보아라. 그 손은 등불보다도 밝아. 그래서 안전하게 네 길을 인도할 것이다. 나는 어둔 밤길을 나서면서 그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손을 잡고 기쁘게 밤길을 걸어갔다. So I went forth, and finding the Hand of God, trod gladly into the night”라는 내용의 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손을 주셨다. 손이 있기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하면서 편리한 삶을 산다. 아직 이른 나이에 고인이 된 여류문학가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수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생후 일 년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 되었다. 일생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지만 가장 불편한 것은 목발 자체가 아니라 걸으면서 양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책 속에 실린 “마음의 전령, 손”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목발을 짚고 다니다 보면 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할뿐더러 우산을 쓸 수도 없다. 아무리 잡고 싶어도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걸을 수도 없다. 다리를 못 쓰니 운전할 때는 왼손은 핸들을, 오른손은 핸드 컨트롤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휴대폰도 못 쓰고 라디오를 켜거나 창문을 내릴 수 없다. 몸이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다. 누가 길을 양보해 주면 나도 남들처럼 손을 흔들어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지만 그것마저 못한다… 손은 마음의 전령(메시지 전달자-필자 주)이다.”
모두의 가슴을 찡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글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손의 귀중함을 새삼스레 생각게 한다. 손이 이렇게 중요하지만, 그런데 우리는 우리 손만으로는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없는, 내 손만의 인생길은 매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신자란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이다. 성경 기자들은 하나님의 손과 팔의 도우심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1-2). “주의 팔에 능력이 있사오며 주의 손은 강하고 주의 오른손은 높으시니이다”(시 89:13). “의인의 장막에 기쁜 소리, 구원의 소리가 있음이여 여호와의 오른손이 권능을 베푸시는도다”(시 118:15-16).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라”(사 64:8).
하나님의 손을 붙잡을 때 우리에게 다섯 가지 혜택과 복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두려움과 공포가 없어진다. 둘째, 의심이 사라진다. 셋째, 근심과 염려를 극복할 수 있다. 넷째,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 게 된다. 다섯째, 장애물을 이기고 앞으로 전진하는 창조적 인생을 펼쳐 갈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출애굽(Exodus)할 때 애굽 왕 바로는 그들을 그냥 내보내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시 잡아 오기 위해 기마 군병들을 보냈다.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는 홍해가 가로막고 있고 양옆에는 절벽이 버티고 있으며 뒤에는 무시무시한 애굽 기마 군병이 좇아오고 있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들은 극심한 공포에 싸였고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지도자 모세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선포했다.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Stand still, and see the deliverance of the Lord!)”고 외쳤다(출 14:13-14). 그의 말을 듣고 백성들이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을 의지했을 때 모든 공포가 사라지고 홍해를 육지같이 건너 구원받았다. 기적 같은 구원의 기쁨을 누린 백성들은 출애굽기 15장 전장에서 “구원의 감사찬송”을 일제히 불렀다(출 15:1-18). 이것이 곧 성경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역사, “홍해의 기적” 사건이다.
우리는 매일 환난과 고통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내 손만 믿고 살 것인가? 하나님의 손을 붙들고 살 것인가? 신앙은 후자에 대한 믿음의 선택이다. 그것이 우리 인생길에서 “홍해의 기적”과 더불어 “일상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하나님의 도움의 손을 잡는 것은 세상 삶에 있어서 어느 것으로도 대체 될 수 없는 필수과목이다.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인생을 사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현명하고 축복된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