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전북기독인 104명 희생 당해”
순교사적지 만경교회ㆍ신월교회 등 포함
“국가 인정과 유족 피해보상 열려 뜻깊어”
6·25전쟁 당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기독교인 희생자들의 규모와 면면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김광동·이하 진실화해위)는 4월 16일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전북지역 기독교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와 관련 부처 등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종교인 희생사건이란 6·25전쟁을 전후해 인민군 지방좌익 빨치산 등에 의해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원불교 유교 등 종교인들이 희생된 사건들을 가리킨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5월 24일부터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전국적으로 진행해, 종교인 희생자 약 1700명의 명단을 파악한 바 있다. 그 중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자 104명에 대한 내용을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사건은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발생했으며, 특히 인천상륙작전 직후 인민군 퇴각이 시작되던 1950년 9월 28일 무렵에 전체의 57.7%에 해당하는 60명의 희생자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 중에는 대한민국 1호 변호사로 알리진 홍재기, 제헌국회의원이었던 백형남 윤석구, 목회자인 김성원 김종한 김주현 안덕윤 이재규 임종헌 등과 장로 15명, 집사 23명 등이 포함됐다.
희생된 이유는 대부분 우익활동이나 미국선교사들과 밀접한 관계 등으로 인해 좌익에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규정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예배당 사용문제 등으로 당시 지역을 장악한 인민위원회와 기독교인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도 희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역적으로는 군산에서 가장 많은 인원(28명)이 희생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김제(23명)와 정읍(17명)이 그 뒤를 이었다. 군산에서는 옥구군 미면의 토굴에서, 김제에서는 만경분주소 우물에서, 정읍에서는 두암교회 일대에서 집단 학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는 예장합동 총회역사위원회를 통해 한국기독교 순교사적지로 지정되었거나 순교자기념사업부로부터 순교자기념교회로 선정된 김제 만경교회 대창교회, 완주 신월교회 학동교회 수만교회 등의 인명피해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현재 순교사적지 심사를 통과한 정읍 매계교회 역시 진실화해위 조사를 받아 이번 발표에 피해내용이 수록됐다.
만경교회 전철희 목사는 “우리 교회의 아픈 역사가 다시 한 번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뜻깊게 여기고, 이번 진실화해위 발표를 통해 유족들에게 피해보상의 길이 열리게 된 점도 반갑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계교회 박종남 목사도 “여러 해 동안 우리 교회 순교자들을 발굴하는 노력의 결실로 총회 순교사적지 지정이 가시화된데 이어, 진실화해위로부터 공식 피해 인정도 받게 돼 온 성도들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진실화해위는 전북을 시작으로 종교인 희생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교별·지역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에 대하여 북한 정권의 사과 촉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등 후속조치,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한편 이번 발표에 정읍 신태인제일교회와 앵성교회 등 일부 교회들의 순교사적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추후 보강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