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최인근 목사 칼럼] 하나님께서 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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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하나님께서 보십니다”

우리는 미켈란젤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하늘이 낳은 조각가요 미술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빼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유모의 젖을 빨 때부터 석공의 연장을 흠모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걸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첫 작품을 만들었을 때가 고작 21살이었던 것을 감안해 보면 이 모든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서른도 되기 전에 세계적인 명작 Pieta와 David상을 완성해 놓을 정도였습니다.

30대 초반에 그는 마침내 교황 쥴리우스 2세로부터 바티칸의 교회 천장에 12명의 제자들을 그려 넣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그는 원래 조각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었으므로 그림을 그리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절하고도 싶었지만 거듭되는 바티칸의 요청으로 인해 그 부탁을 수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단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헌신하였습니다. 무려 4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는 어두컴컴한 시스틴 성당의 천장에 매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12제자와 창세기에 나오는 9장면을 뽑아 무려 400명의 그림을 그려 넣었던 것입니다. 그가 그처럼 장대한 그림을 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에는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조차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그는 엄청 늙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4년 동안 누워서 천장에 그림을 그려 넣는 고된 작업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상실하였고 기력은 완전히 쇠잔하여 있었습니다. 그의 그와 같은 모습에 안타까워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시스틴 성당 구석에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 정력을 다 허비하였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짤막하게 한 마디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신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의 헌신과 노력과 땀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하늘의 하나님께서 해 주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남기고 간 그 걸작들은 이 세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길이 남는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발자취가 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바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고 혼자서만 손해 보는 것 같아도 하늘의 하나님께서 알아주시고 이 땅의 후손들이 알아줄 수 있는 그런 흔적을 남기는 삶, 바로 우리는 인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 사는 삶을 우리는 “獻身”(헌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은 초라하고 가련하고 불쌍한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가룟 유다와 같이 말입니다. 그는 동료 제자들이 하는 모든 일에 불평과 불만으로 일관하였고 끝내는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 아주 고상한(?) 방법으로 스승도 팔아먹는 파렴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까지 얻었던 돈을 그는 끝내 자신을 위해 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눈앞의 유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결국 이처럼 비참하게 그 종말을 맞고 마는 것임을 가룟 유다는 행동으로 우리들에게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인생은 참으로 외롭고 삭막합니다. 내 것 없으면 하루 종일 굶어도 어느 누구 하나 걱정해 주는 사람 없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찌들어 버린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때에 미켈란젤로와 같이 “하나님께서 보십니다”는 삶의 철학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헌신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필자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이웃들을 생각하며 살아보려고 나름대로 늘 노력을 해 봅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인가 1년 동안에 이웃들을 위해 쓴 경비가 얼마쯤이나 될까 스스로 점검해 보기 위해 영수증을 모아 보았습니다. 작년도 1년 동안은 3,600여불 이었습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렇게 자신을 점검해 보면 스스로의 헌신적인 삶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반성하고 더욱 새롭게 되는 길잡이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1년 동안 이웃을 위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가난하고 소외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재물을 그리고 정성을 투자하였는지? 노트에 일일이 적어 가면서 까지라도 자신을 점검하며 사는 노력을 기울여 보아야 하겠습니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소중한 우리들의 삶을 아무런 열매도 없이 그냥 떠내려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억지로라도 십자가를 지고 큰 복을 받았던 구레네 사람 시몬과 같이 억지라도 선행과 헌신된 삶을 살지 않으면 훗날 인생이 끝날 때에는 부끄러움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크게 역사에 무엇을 남기겠는가? 하는 것보다는 아주 작게 자손들이 우리들을 훗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더 두렵게 여기는 작은 마음이라도 우리 속에 있어서 우리 자신만을 위하려는 본능을 이기고 최소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하며 나아가서 하나님께 무엇을 하여 그 큰 은혜에 보답하겠는가를 생각해 보며 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해 가야 하겠습니다.

미켈란젤로가 4년을 투자하여 그려 놓은 시스틴 성당의 프레스코화가 인류와 역사에 길이 남는 그의 인생의 흔적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들도 이 세상에 사람으로 왔을진대 이름 석 자는 뚜렷이 남겨야 하겠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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