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인씨가 쓴 [가시고기]라는 장편소설이 있습니다. 젊어서 이혼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내용입니다. 그는 시인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왔지만 가난하여 늘 아들에게 잘해주지 못함이 가슴에 응어리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렇게도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이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계속되는 항암으로 머리는 다 빠져버렸고 날마다 메말라 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것은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아팠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골수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치료비였습니다. 그는 아무도 몰래 친구 의사의 도움을 받아 신장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자신의 몸속에 이미 암이 다 퍼져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할 수 없이 그는 이혼한 아내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자신은 시골로 내려가 쓸쓸히 혼자서 죽어가는 이야기가 간단한 이 책의 줄거리입니다. 원래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사라져버린 엄마를 대신하여 아버지가 부화를 시키고 새끼들이 나올 때까지 지킵니다. 그러다가 새끼가 나오면 사냥할 줄 모르는 어린 새끼들에게 아버지가 자신의 살을 뜯어먹도록 내어주고 결국에는 가시만 남은 채 죽어가는 그런 물고기입니다. 이처럼 가시고기는 이 땅의 아버지의 사랑을 대신하는 대명사처럼 불리우고 있습니다.
아버지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21세기 오늘날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어떤 의미로 불리우고 있을까요? 늙고 병들었을 때 기꺼이 그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고 보살피는 자식들은 오늘날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불행하게도 최근 한국에서 나온 부모님을 섬기기는커녕 학대하는 아들딸들이 전체 학대자들의 34.6%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섬기기는커녕 학대까지 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펴낸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작년 노인학대 가해자(학대 행위자) 8423건 중 배우자가 2455건(29.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아들 2287건(27.2%), 요양시설 등 기관 2170건(25.8%), 딸 627건(7.4%) 등이다. 배우자에 의한 노인학대가 가장 많아진 것은 2005년 노인학대현황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2022년 6월 15일자 조선일보에서 발췌)
이렇듯 아버지는 어머니나 아들딸로부터 이처럼 학대까지 받고 있다니 서글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늙어서 돈도 없고 힘도 없으면 아버지는 바로 이런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뼈가 부스러지도록 일만 하였는데도 이렇게 늙어가야 한다는 현실은 서글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아버지를 단 하루만이라도 섬기라고 미국에서는 매년 6월 셋째 주일을 아버지의 날로 정하여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낯설고 물선 이 미국 땅에서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다정한 친구 하나 없는 이 외로운 땅에서 오로지 가족들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밤낮으로 그렇게 일만 해온 존재가 바로 아버지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고달팠던 이민 생활을 알아주거나 이해해 주는 자식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내들도 평소에 쌓였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채 따뜻하게 섬겨주지를 않습니다. 오죽하면 밥 달라고 했다가 얻어맞았다고 하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심지어는 아침에 눈을 떴다가 “아직도 살아있냐?”고 맞았다니 그냥 농담이기만 바랄 뿐입니다.
이래저래 늙고 힘없고 돈 없는 아버지들이 설 곳은 이 땅 그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처럼 불쌍한 아버지들이 말세에 많이 속출할 줄 미리 아시고 자식들에게 엄청난 축복을 보장하시면서까지 잘 공경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 6:1-3)”고 말입니다.
여유 있는 교회들과 자녀들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슴으로 받고 외롭고 지친 우리 아버지들을 잘 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땅에서 잘 되고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