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D.H.Lawrence는 영국 중부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 났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으며 그의 어머니는 중류계급 출신으로 교사를 지낸 청교도 정신이 투철한 여성이었다. 이와 같은 신분의 차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는 文盲者(문맹자)인 광부 남편에게 큰 실망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남편에게 향해야 할 사랑이 아들 로렌스에게로 향하게 된다. 로렌스는 그와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것이 좋기는 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엄청난 부담도 안게 되었다. 어머니의 기대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로렌스는 결국 인생을 불행하게 살게 되고 만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오직 그만 위해 온갖 사랑을 다 부어 주었던 자기 어머니와 같은 줄로만 착각하면서 자나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여성도 결국 그를 만족하게 해 주지를 못했다. 이와 같은 불행 속에서 그는 자신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아들과 연인]이란 소설이다.
영국 미들랜드 탄광촌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 폴 모렐을 주인공으로 내 세우면서 시작 된다. 어머니의 애정을 어려서부터 독차지한 폴은 성장하여서도 여성을 이성으로서 순수하게 사랑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 땅 그 어디에도 자신에게 모든 애정을 다 쏟아 주었던 어머니와 같은 여성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랑의 화신인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 큰 사랑을 잃어 버린 폴은 엄청난 좌절과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되고 만다.
우리들에게 참으로 숱한 추억을 안고 찾아 오는 아름다운 계절이 있으니 바로 봄이다. 샛노란 개나리 위에서 아리랭이 마져도 졸고 있던 그 아름다운 거리에서 만났던 풋사랑의 그 소녀를 또 다시 그리워지게 만드는 계절이 바로 이 봄이다. 그래서 정훈희씨는 ‘꽃길’에서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며는 두고 두고 그리운 사람]이라고 노래하였다. ‘두고 두고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계절인 봄은 그래서 황홀하다.
그러나 사람의 사는 삶의 현실이란 그렇게 황홀하지만은 않다. 자신을 객관성 있는 성숙한 인격자로 발전시키지 못하게 되면 [아들과 연인]의 주인공처럼 오히려 그리운 사람으로 인해 더욱 인생을 망쳐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무풍선에 바람은 불어 넣되 허공으로 날라가지는 못하도록 끈으로 꼭 붙들어 매는 것처럼 우리 인생들도 추억과 사랑에 얽힌 봄을 즐기면서도 환상에 젖어서 삶을 그르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묘미요 삶의 지혜다. 그래서 공자는 중용사상을 가르쳤던 것이다.
지난 날의 추억을 불러 오늘의 고달픔을 달래고 앞날의 환상을 앞당겨 오늘의 노력으로 만들게 된다면 그 인생은 반드시 소망이 넘치고 활기찬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찬송시인인 제임스 몬트고머리(1771-1854)의 말처럼 “기억하고 있는 기쁨은 과거사가 아니다. 샘이 솟아 시내를 이루고 바다로 흘러 가듯이 추억은 과겨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물주가 우리 인생들에게 아름다운 것을 깨달으라고 주신 봄을 맞아 우리들도 이제는 좀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살아야 하겠다. 첫 사랑의 추억도 더듬어 보고 밤을 짓세며 쓰고 또 쓰던 그 시절의 사랑 얘기도 더듬어 보면서 매마른 가슴에 물이 오르도록 젖어 보는 삶의 포근함을 마련해 보아야 하겠다.
그리운 사람 하나도 가슴에 간직해 보지 못한 채 그렇게 이 세상을 살아 간다면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하지 않겠는가? 로렌스처럼 비록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때문에 삶이 바람처럼 어렵고 힘든다 할지라도 마음 한 구석에 그렇게 그리운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은 사는 삶을 풍성하게 해 줄 수가 있다. 그러기에 그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리들은 그리운 사람을 이 황홀한 봄의 계절에 가슴에 남겨 보아야 하겠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소중한 삶은 우리 자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들을 그리워 하고 잊지 못하여 퓨너럴 홈에 찾아 올 순수한 사랑의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것이 우리들의 삶을 종합 평가해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이 세상을 떠나간 숱한 세월이 흐른 다음에도 끊임 없이 우리들을 그리워 하며 마음에 심어 둘 그런 사람은 또한 얼마나 있을까? 천국에서 영원히 사는 것만이 영생이 아니다. 오고 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는 삶, 그것이 진정한 영생이다. 이 봄에 참 그리운 사람을 만나 보고 우리 또한 그리운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그런 멋진 역사를 만들어 보자. 그래서 이 봄을 황홀한 계절이 되게 하자! 그렇게 사는 유일은 길은 2천년 동안이나 추억과 그리움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예수님을 통해서만 가능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