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3, 2025

[정준모 박사 칼럼] 지도자의 언행의 정직성이 F 학점

인기 칼럼

정준모 박사

-지도자의 언행의 정직성이 F 학점-

지도자의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실감한 하루였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는 시간이었다. 몇 해 전 추수감사절 하루를 앞두고 미국 콜로라도주 민주당 소속 마이클 행콕(Michael Hancock) 시장의 그의 말과 행동의 이중성에 대하여 국내외 많은 언론에서 비아냥거리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당시, 콜로라도 지역 신문인 덴버 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이클 행콕 덴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자신의 트위터에 시민들에게 팬데믹 속에 추수감사절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게시글을 남겼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집에 머물러 달라”고 언급하여 또한 “대면 저녁 대신 화상 모임을 열고, 최대한 여행을 피하라”고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경고성 언급을 했다.

그러나 행콕 시장은 이 게시글을 남긴 지 30여 분 만에 텍사스주 휴스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이유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내와 딸이 머무는 남동부 미시시피주로 가기 위해서였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장 행콕 시장에 대하여, “사임하라, ”주민 소환을 추진하겠다“는 등 비난의 글들이 쏟아졌다. 더욱이 우스꽝스러운 것은 그가 지난 시청 직원들에게 “추수감사절 여행을 삼가 달라고 여러분께 촉구한다. 자신도 가족들에게 추수감사절의 전통적인 대가족 모임을 취소하겠다”고 이메일을 통해 당부한 사실까지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콕 시장은 이날 바로 트위터에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아내와 딸은 딸이 최근 취직한 미시시피주에 있었고 이 사실을 여러분께 공유했어야 했으나 하지 않았다”며 “난 아내와 딸이 덴버로 오는 것보다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게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어 “자신의 결정이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덴버 주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덴버에서 덴버 시장으로 내리 3선에 성공하였지만 이번 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덴버 포스트는 의료 전문가들이 볼 때, 지금까지 이미 누적 사망자 3,000명 나왔고, 추수감사절을 지나 연말까지 약 2,000여명의 사망자가 더 나올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덴버 포스트는 “행콕 시장의 위선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보건 당국 직원들의 호소를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고 비난의 논평을 했다.

지도자의 언행 불일치의 행동 하나가 일파만파의 문제를 야기하고 자신의 위치조차 흔들리는 불행스러운 상황을 초래했다.

만약, 오늘날 교회 안의 지도자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외친 그들의 말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감히 부끄러운 일이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행콕 덴버 시장이 당했던 수모를,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교회 지도자가 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지도자는 이끄는 자요, 본이 되는 자요, 희생하는 자이다. 지도자가 덕을 가지고 몸소 실천할 때, 지도자의 말에 권위가 있고 설득력이 있게 된다.

특히, 교회지도자는 말에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 권위는 그 말에 대한 정직성이 따라야 한다. 소위 말하는 언행일치가 되어야 한다. 언행 불일치는 지도자로서 권위를 상실되고 자격이 없게 된다.

설교자는 수많은 설교로 성도들에게 “이렇게 하라”, “이렇게 살라”라고 수없이 외친다. 일주일에만 해도, 아니 한 번의 설교에도 수없이 외치고 요청한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말씀대로 살 것을 요청한다. 하나님의 입이 되어 명령한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입이 되어 외치는 설교자가 그 외친 말씀을 외면하고, 불순종한다면 그가 외친 설교를 들은 청중들은 얼마나 큰 실망과 좌절에 빠지지 않을까?

지도자의 모범적인 삶, 실천적 행동에 보통 사람들이 감동을 받게 된다. 지도자의 행동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예수님께서 이웃 사랑의 실천의 모범적 행동 때문에 따라던 무리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물론, 예수님은 말씀 자체에 권위가 있었다. 또한, 그의 본이 되는 삶의 행동에서 그 권위가 빛이 난다.

“지도자는 한 발짝 앞서는 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이 따른다. 지도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본다. 지도자는 매 순간 존경과 아울러 비판을 받는 위치에 있다.

성자 간디의 언행일치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사탕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가 치아가 썩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성자 간디의 말을 들으면 그 아기가 사탕을 끊고 건강한 치아를 가질 것으로 생각하고 간디를 찾아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간디는 그 어머니에게 보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보름 후에 찾아간 아이를 보고, 간디는 말했다. “애야, 사탕을 먹으면 이가 모두 썩지 않느냐?”라고 말했을 때, 그 아이는 그의 품위 있는 말을 듣고 바로 고개를 끄떡거리며 입 안에 있는 사탕을 뱉어내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그 쉬운 말 한마디를 왜, 보름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때, 간디는 말했다. “사실 그때에는 저도 사탕을 끊지 못했고 저 역시 사탕을 좋아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남에게 하라고 하지 못하는 간디의 정직성을 볼 수 있고, 그의 언행일치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지난날의 삶을 돌아볼 때, 한 인간으로 수많은 말을 했다. 가장으로서 가정에서, 가르치는 자로서 제자들 앞에서, 목회자로서 강단 위에서 수많은 말을 했다. 때마다 내어 뱉은 말이 듣는 이로 하여금 삶이 따르지 않았던 자신을 어떻게 보았을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옆걸음 하는 새끼 게를 보면서, “엄마처럼 똑바로 걸어 봐”하는 어미 게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필자는 미국 유학을 오기 전에 종로 인사동에 있는 승동교회 부목사로 섬겼다. 그 교회는 1890년대에 사무엘 무어 선교사가 초대 담임목사였고, 당시 양반과 백정 등 소위 평민, 상민 등이 함께 예배드린 것으로 한국 교회사에 유명한 교회였다. 1920년대 승동교회의 6대 담임목사가 김영구 목사님이셨다.

그분이 어느 주일 날, 설교하기 전에 선임 장로인 김일선 장로에게 “김 장로님, 오늘은 3장 찬송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폐회하십시오”라고 말하고는 강대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영구 목사님은 그 이유를 나중에 밝히길, “설교는 잘 준비되었지만 강대상에 오르기 전에 아내와 다툼이 있었고 아내에 대한 분노가 풀리지 않아 도저히 성도들 앞에 말씀대로 살라고 감히 설교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나에게 김영구 목사님 양심에 일말(一抹)의 양심도 없음을 가책해 본다. 가정에서뿐 아니라, 성도들을 미워하고 분(憤)을 삭이지 않은 채, 강단에서 서서, “서로 사랑하라”, “남의 발을 씻어주라”, “형제를 축복합니다”라는 위선적이고 자기 모순적일 말을 얼마나 많이 하지 않았던가?

10월 말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돌이켜 보면서, 수많은 대화, 수많은 글을 쓰면서, 언행이 일치되지 못했던 자신을 심히 책하여 본다.

설교를 자신에게 해야 할 것이다. 권유의 글을 자신에게 먼저 해야 할 것을 뉘우쳐 본다.

영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본이 최고의 설교이다.”(A good example is the best sermon).

최고의 설교를 하더라도 본을 보여 주지 못하면 최악의 설교가 되는 것이다. 부족한 설교라도 본이 따르면 최고의 설교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청중들은 강단 위에서 외친 말보다 그의 삶, 행동에서 본으로 삼고 교훈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 쓴 책 제목 중 “삶으로 아멘을 말하라”는 책이 있다.

지금 생각하더라도 매우 좋은 책 제목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 제목대로 나의 삶이 따르지 못했음을 하나님께 회개한다.

* 사진: 덴버 시청 앞에서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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