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중에서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사순절에 대해 배우고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재의 수요일에 대해 특별히 배우거나 듣지 못하였습니다. 미국에 이민이나 유학을 오니, 교파를 떠나 수많은 기독교인이 고난 주간뿐만 아니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을 지키며, 특히 재의 수요일 예배를 드리고 이마에 재로 검은 십자가를 그리고 일상생활 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아직 우리 한인 성도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재의 수요일에 대해 역사와 신학적 의미를 살피고자 합니다.
재의 수요일은 부활절 전 40일의 시작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부활절이나 고난 주간 등과 다르게, 재의 수요일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관행은 약 11세기경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리는 예식은 모든 기독교에서 동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에야 미국 내에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재를 사용하던 교회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구약시대부터 재는 사람들의 참회 표시였습니다. 구약시대 사람들은 하나님께 죄를 지었을 때,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옷을 찢으며 참회하였습니다(사무엘하 13:19, 에스더 4:1, 다니엘 9:3). 재를 이용한 참회의 기도는 신약시대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다고, 누가복음 10:13과 마태복음 11:21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왜 하필 재일까요?
재는 구약시대부터 참회 혹은 회개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기독교 역사에서 재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회개의 표시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로서, 우리가 창조될 때 흙(재)로 지음 받았고 우리가 죽을 때 몸은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잘못을 느끼고 후회하고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을 때, 재를 머리에 놓고 베옷을 입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참회하고 회개하였습니다.
어떤 종류의 재를 사용하였을까요?
재의 수요일에 사용되는 일 년 전 종려 주일(부활 주일 바로 전 주)에 사용되었던 종려나무 가지를 잘 말려서 태워서 거기서 나온 재와 약간의 오일을 섞어서 재의 수요일에 사용합니다. 2000년 전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유대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예수의 오심을 축하하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지도 않아 예수는 그를 반기던 바로 그 사람들이 죽이라는 외침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쁨의 종려나무 가지는 슬픔의 재가 되었습니다.
재의 수요일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우리의 죄를 회개하며 사랑하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예배로 시작됩니다. 재를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르는 의식을 통해서, 우리의 모든 것을 다시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려놓겠다는 결심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앞으로 사순절(40일) 동안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도록 노력하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꼭 재를 이마에 바르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십자가를 매일 묵상하며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이 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