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잔뜩 흐렸던 하늘이 온 종일 연이어 비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비가 개인 새벽에 촉촉하게 젖은 아브라함 본당과 여호수아 채플 위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거대한 무지개가 아치를 그렸습니다. 저는 주차장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 빛깔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비 온 뒤의 무지개는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이는 단순한 빛의 굴절 현상을 넘어, 하나님께서 노아의 홍수 이후 인류에게 주신 ‘언약’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추수감사절을 앞둔 시기에 이 무지개를 마주하니, 우리 신앙의 여정이 곧 이 무지개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때때로 피할 수 없는 소나기, 즉 고난과 시련, 좌절과 절망의 순간들이 닥쳐옵니다. 그러나 그 비가 그친 자리에, 우리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신실하심이라는 무지개를 발견합니다.
무지개는 하나님께서 “내가 다시는 물로 땅을 멸하지 아니하리라” (창 9:11)고 약속하신 언약의 증표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에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영원한 언약 안에 있습니다. 이 언약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가 결코 취소되거나 변질되지 않음을 선포합니다.
추수감사절은 이 언약의 신실하심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우리가 한 해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고난(‘비’) 속에서도 하나님이 지키시고 보호하셨다는 신실함의 열매를 감사로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오늘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수고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언약이 변함없이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무지개에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의 선명한 빛깔이 조화를 이룹니다. 저는 이 일곱 빛깔 속에서 성도들이 누려야 할 ‘행복한 신앙생활’의 요소를 발견합니다. 행복은 외적인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내적인 조화입니다.
빨강 (사랑):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회복하고, 이웃을 향한 희생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황 (기쁨): 성령의 열매 중 하나인, 세상이 줄 수 없는 초월적인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노랑 (소망): 환난 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는 영원한 소망을 갖는 것입니다. 초록 (성장): 멈추지 않고 말씀과 기도로 영적으로 성장하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것입니다. 파랑 (평안): 세상의 파도가 칠지라도 하나님 안에 거하는 하늘의 평안을 누리는 것입니다. 남색 (믿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견고한 믿음 위에 서는 것입니다. 보라 (예배): 우리의 존재 전체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거룩한 예배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 일곱 빛깔의 신앙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우리는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의 본질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곡식과 과일의 열매를 넘어섭니다. 가장 귀한 열매는 우리 안에 맺히는 ‘말씀의 열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단순히 지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 성령님은 그 말씀을 우리 심령에 심고 적셔서 성품의 열매, 봉사의 열매, 전도의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결실을 풍성하게 맺는 복된 성도들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삶이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세상에는 희망을 주는 무지개처럼 선명한 복음의 증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