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3, 2024

우크라이나 정교회… “러시아 영향 흔적”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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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전환 가속화

▲동방 정교회 기독교인들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키예프 페체르스크 라브라라고도 알려진 천년 된 동굴 수도원. ⓒWikipedia

지난 수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전통적인 율리우스력을 교회 정체성의 근간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교회가 그레고리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크리스천 전문지 RNS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주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교회 애보트 욥 올샨스키 주교는 50명의 금욕주의 교구 신자들 앞에서 오는 9월 1일에 그레고리오 전례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역사를 형성해 온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한 종교 생활 재편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인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의 땅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러시아적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궁의 견해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영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확고히 하며 ‘러시아적 흔적’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려면 시의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자들은 전통적인 율리우스력을 교회 정체성의 근간으로 여겼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서부를 통치하던 가톨릭 군주들의 라틴어화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그다음에는 구소련 연방 체제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그랬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율리우스력은 우크라이나 정교가 아닌 러시아 정교의 영향력과 관련 있다.

율리우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변경하게 되면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와 일부 정교회가 기념하는 성탄절이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바뀐다. 따라서 올해 성탄절은 오는 12월 25일에 기념하게 된다.

▲라브라 필그림 투어. ⓒKiev-Caves Lavra 홈페이지

서방 기독교계는 부활절의 정확한 계산을 위해 1582년 교황령에 의해 개정된 달력을 채택했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동방 정교회는 1924년 시노드 이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의 약 80%가 정교회 신자이지만, 정교회는 두 개의 라이벌 분파로 나뉘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역사적으로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소속돼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지 몇 달 후인 2022년 5월에 독립을 선언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2019년 콘스탄티노플 에큐메니컬 총대주교가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한 우크라이나 정교회도 있다.

우크라이나 최초의 자치 교회는 1921년에 설립되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구소련의 박해로 자산을 청산하고 성직자를 추방했으며 추종자들을 지하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 후 조셉 스탈린이 1943년 러시아 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지부를 부활시켰다.

그런데 모스크바 총대주교좌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 정교가 탄생했고, 우크라이나 교회가 러시아 정교회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교회를 붙잡고 싶어 한다.

하지만 2022년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의 약 4%만이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소속되어 있으며, 최소 1,500개의 본당이 자치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어에 가까운 전례 언어인 교회 슬라브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로 전례를 듣고 있다는 점은 아주 중요한 현상이다.

또한 지방 및 지역 차원에서 러시아와 연계된 교회에 대한 정부의 금지 조치로 인해 많은 역사적인 교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주 정부는 새로 자치권을 행사하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임대권을 양도할 수 있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검토 중인 법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교회의 재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리비우는 그 첫 번째 도시가 되었으며, 지난 4월에 마지막 남은 교회 건물로 알려진 건물을 철거했다.

테오토코스 정교회 대성당의 미하일로 시박 신부는 “러시아가 교회를 통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국가를 통제하기 때문이다.”며 “리비우에 친러시아인이 있다면 그들은 소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침묵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교회 교회 수는 매달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전통적인 우크라이나 교회를 선호하는 리비우의 평신도들은 아파트에서 비밀리에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교회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자신들이 부당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키예프의 오누프리 대주교는 러시아의 침공을 ‘재앙’이라고 선언했고, 리비우 성직자들은 모스크바의 키릴 총대주교를 추모하는 행사를 중단한 첫 번째 성직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러시아 군인들과 협력했거나 러시아 침공을 정당화한 것으로 밝혀진 교회 성직자 몇 명을 체포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한 이달 초 키예프 법원은 1051년에 설립된 슬라브 정교회의 성지인 동굴 수도원에 대한 정부의 임대 취소에 손들어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교계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이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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