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투병 끝에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지난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치러졌다.
논란이 많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국가장으로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국가장으로 진행된 영결식 중 기독교 장례예배는 소강석 목사를 중심으로 영락교회 이철신 원로목사,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고명진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등이 기독교계 대표로 참석해 순서를 인도했다.
장례예배는 백석예술대 박주옥 교수(테너)가 찬송가 ‘인애하신 구세주여’를 부르고 이철신 원로목사가 대표기도한 후 소강석 목사가 설교했다.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을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소강석 목사는 “예수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기 위해서였다”면서 “노태우 대통령도 자신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 아니라 죄인이었음을 아셨기 때문에 예수님이 필요하셨던 것”이라고 전했다.
소강석 목사는 딸 노소영 관장(나비아트센터)이 아버지 노 대통령에게 복음을 전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노 전 대통령께서는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지나온 모든 삶을 회개하셨다”면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개하신, 또한 역사와 민족 앞에 참회의 마음을 표현하신 노 대통령께서는 이제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다. 하나님의 따뜻하신 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 목사는 “기독교는 영생의 종교일 뿐 아니라 사랑과 용서, 평화의 종교임과 동시에 정의의 종교”라며 “고인의 장례예전을 기점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가 입 맞추고 춤을 추는 화해와 통합의 새 역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나눴다.
‘용서와 화해의 기도문’을 낭독한 이홍정 목사는 “이 땅의 민중들이 펼친 주권재민의 역사, 특별히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 이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 지속되는 신군부세력의 폭정에 맞선 민중의 투쟁 속에 담긴 고난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홍정 총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가기 위한 선한 노력들이 거듭 좌절되고 있는 오늘,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 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달라”며 올바른 역사청산도 간구했다.
이날 장례예배는 수원중앙 침례교회 고명진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한편, 대통령 재임 당시 불교 신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딸 노소영 관장의 전도를 받았고,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2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성경을 2번 통독하기도 했다.
노소영 관장은 2012년 일간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신앙을 갖게 된 과정에는 조용기, 김장환, 하용조 목사 등 목회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소개하면서, 2010년 하용조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했고, 어머니도 회심해 병석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례기간 아들 노재현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이 평소 남긴 말을 정리해 유언으로 전하기도 했다. 노 변호사는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 재임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기를 바랐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고 하셨다”면서 “10년 넘게 누워계시고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태여서 직접 말씀으로 표현 못 하신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