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1, 2024

[신년특집] 젊은 인류학도가 바라본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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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작가 인터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이었고, 자의반 타의반 교회도 한 걸음 떨어져 보게 됐다. 한 걸음 물러서 ‘교회다움’과 개인의 ‘신앙’을 돌아보는 일은 낯설지만 신선했고, 고민과 성찰의 깊이만큼 우리를 살찌웠다. 새해를 맞아 젊은 인류학도의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돌아본다. 시선의 주인공은 신학도 출신으로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재완 작가(예수향남교회 전도사). 그는 지난해 교회의 고민들 중 하나인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이레서원)라는 책을 통해 진단해 주목 받은 바 있다.<편집자 주>

김재완 작가는 기독교인류학을 공부해 한국교회와 인류학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학도였다가 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1년에 총신대 학부에 입학해, 2017년 총신신대원 1학년 때까지 총신에 있었다. 그때가 총신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기였다. 목회자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이 컸는데, 학교에 와서 보니까 내가 알고 배운 신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교회 지도자들의 부정과 비리를 보며, 그들의 신앙은 진심인가? 그들의 욕망도 진심인가? 하는 고민에 직면했다. 또 교회가 사회와 단절된 모습을 보면서, 칼빈주의 신학은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시민사회 형성에 기여하고 참여했는데, 왜 그럴까 고민이 됐다. 그런 고민들 가운데 신학 공부도 좋지만, 기독교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나같이 교회 안에서 자란 사람이 사회학적으로 교회를 바라보기에 가장 적합한 학문이 인류학이라 판단하게 됐고, 서울대에서 인류학 석사 과정을 밟게 됐다. 2021년 2월 석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학과 조교를 하면서 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김재완 작가가 이중직 목회자 29명을 심층 인터뷰해 펴낸 책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

▲한국교회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많다. 쇠퇴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라는 책에서 한국교회 역사를 ‘성장의 시기’ ‘10년 정도의 정체기’ ‘성장 이후의 시기’라고 구분했다. 지금은 성장 이후에 ‘어디로 가야할까’를 고민하는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6·25전쟁 이후부터 정체 전까지 한국교회는 급격한 성장의 시기를 거쳤다. 그러면서 성장은 모든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되었다. 사회학자 김덕영 선생은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책에서 한국식 자본주의 정신인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주조한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정주영 회장, 조용기 목사를 꼽았다. 그중 조용기 목사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축적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고, 그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고 신성시한 인물로 평가했다. 김덕영 선생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분석은 한국교회가 너무 성장주의적이고 자본주의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도리어 한국교회가 한국식 자본주의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중심에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하는 에리식톤 콤플렉스가 들어와 있고, 그러다 보니 정작 소중한 기독교의 가치들이 주변화됐다.

또 하나는 열등감도 작용했다고 본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 기독교는 한 줄기 빛이었을 듯하다.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성장하면서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교회는 부유해지고, 영향력이 커졌고, 선교강국도 됐다. 열등감은 교만과 배타성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성장한 후에 고스란히 교만과 배타적인 모습을 한국 사회에 보이고 말았다. 과거에는 교회에 가는 것이 자부심이었다면, 이제는 교회에 가는 것이 열등감이 생기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성장주의와 열등감이 한국교회가 점점 쇠퇴하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러한 지난 모습들을 단순히 신학적으로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하기도 했고,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다만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가운데 한국교회 안에 일어난 도덕적 타락들과 부패, 수많은 문제점들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성장 추구가 한국교회의 한계였다면, 한국교회가 닮아가야 할 모델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교회는 사회의 중심부에 있을 때 문제가 많이 생겼고, 주변부에 있을 때 기독교 본연의 가치인 빛과 소금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지금도 중심부로 가고 싶어 하고, 종교 안에서는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 헤게모니는 권력과 비슷한데, 권력은 사회과학적으로,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렇게 볼 때 한국교회는 일종의 권력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그 힘이 점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저는 이 시간이 도리어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준비하면 한국교회가 제자리를 찾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금과 은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아야 한다.

▲지난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도 크다.

=긍정적인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질주를 멈췄다는 것이다. 핸들을 잡고 질주할 때는 주위를 살피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한번 크게 브레이크를 밟고,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나 살펴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부정적인 부분은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들의 고충이 더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교회 상위 10% 이외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재정이 넉넉하지가 않다. 미자립교회들은 더욱 심각하다. 이중직 목회를 연구할 때 인터뷰한 한 목회자는 “목회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해서 잠 잘 시간이 없었는데, 코로나로 일감이 없어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요즘 많은 교단들이 목회자 이중직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이중직 목회자를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이중직 목회만 바람직한 목회 형태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분들의 목회와 신앙 형태가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목회를 생각하고, 신앙을 생각하고, 교회를 생각했다면, 이중직 목회자들은 그 중심에 성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놓고 목회와 신앙, 교회를 재조립하고 있다.

성장주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실패한 목회자일지 몰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쇠퇴하는 한국교회에서 의미 있게 목회를 하고, 의미 있게 교회를 세워가고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중직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쇠퇴의 최전선에 있다고 본다. 그들이 어떻게 목회를 재구성하고 있는지 배우고, 도전받을 필요가 있다.

기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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