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오늘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은혜와 긍휼이다. 은혜와 긍휼, 두 단어의 주어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바울도 그렇게 고백한다.
[고전15:10]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χάριτι δὲ Θεοῦ (But by God’s grace) εἰμι (I am) ὅ εἰμι (what I am) καὶ (also) ἡ (the) χάρις (grace) αὐτοῦ (of him) ἡ εἰς (to) ἐμὲ (me) οὐ (not) κενὴ (in vain) ἐγενήθη (has become) [이하 생략]
바울이 사역에 그렇게 수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은혜’라는 χάρις[카리스]는 신약에서만 150번 자주 나온다. 은혜를 히브리어로 חנן [하난] 혹은 הן [헨]이 150번 나오고, 은혜의 다른 단어로 חסד [헤세드]라는 단어는 무려 240번 나온다. 필자가 단어의 통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높은 빈도수가 성경의 주요 내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와 긍휼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은혜’란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호의나 사랑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점은 ‘자격이 없어야’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가? 저의 부친께서 장남 보시겠다고 몸도 성치 않으신데 한국에서 오셔서 결국 입원하여 입원비가 많이 나오게 되었는데 당시 학생이었던 필자가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병원의 social worker가 알려준 대로 병원 옆에 있는 병원비를 도와주는 자선단체에 찾아갔더니 거기서 일하시는 연세가 지극하신 자원봉사자가 물었다. 당신의 부친은 어떻게 미국에 입국했느냐? 고, 저의 부친은 정식 비자를 받아 들어오셨다고 했더니 안된 표정을 하면서, 당신의 부친은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입국을 했는데? 그분은 설명하기를 불법 체류자만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논리냐고 따졌더니, 합법적으로 입국한 사람은 연고지가 있지만 불법 체류자는 연고지가 없어서 ‘박애적인’ (humanitarian)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만한 자격을 갖춘 자가 있을까? 아무도 없다. 그래서 그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은혜라는 말은 ‘공짜’, 혹은 ‘선물’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롬3: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엡3:7]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여기에 보면, 은혜, 값없이, 선물, 이 세 가지가 전부 공짜임을 보여준다. ‘선물’ 헬라어로 δῶρον [도론]에서 나온 부사 δωρεάν [도레안]은 선물로, 공짜로, freely를 나타낸다. 하나님께서는 왜 공짜로 주시는가? 우리가 받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마치 공기나 햇빛처럼 너무 큰 것은 무료인 것처럼.
긍휼도 마찬가지이다. 자격이 없는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자격이 없어서 할 말이 없다. 그런데 희망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불쌍히 여겨 주시는 것이다 [자존심이 구겨지시나요? 이해는 합니다]. 그게 바로 긍휼 혹은 자비이다. 히브리어로 חמל [하말] 혹은 רחם [라함] 이다. 하나님이나 정복자가 수여하는 긍휼이나 자비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자격 없는 자가 받을 수 있는 은혜, 자비, 긍휼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런 개념과 반대되는 개념을 살펴보자.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 심판이다. 이것은 자격 없는 자, 죄 있는 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하나님께서는 공의를 행하시나 먼저 오래 참으시고 기회를 주신다.
[출34:6] 여호와께서 그의 [모세] 앞으로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여기에 ‘노하기를 더디 하고’를 히브리어 원문으로 보자. long nose (אַפַּ֖יִם אֶ֥רֶךְ) [아파임 아레크] 이다. 하나님께서 긴 코를 가지셨다는 말은 관용어로 오래 참으신다는 뜻이다. 반대로 ‘짧은 코’를 가진 자들 (잠 14:29)이 있다. 하나님이 긴 코를 가지고 계셔서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할렐루야!!!
이런 사실을 이사야는 이렇게 말한다.
[사30:18]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정의[심판]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And therefore will the LORD(יְהוָה֙) wait(יְחַכֶּ֤ה), that he may be gracious(לַֽחֲנַנְכֶ֔ם) unto you, and therefore will he be exalted(יָר֖וּם), that he may have mercy(לְרַֽחֶמְכֶ֑ם) upon you: for the LORD(יְהוָ֔ה) is a God(אֱלֹהֵ֤י) of judgment:(מִשְׁפָּט֙) blessed(אַשְׁרֵ֖י) are all they that wait(ח֥וֹכֵי) for him.
여기에 은혜, 긍휼, 공의, 세 가지가 다 나온다. 하나님은 기다리신다 (יְחַכֶּ֤ה) [에할케]. 여기에 히브리어 동사는, 단순형, 강조형, 사역형 중에 강조형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시는 것이 아니라 열열하게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것이다. 기다리다 못하여 일어서신다 (יָר֖וּם) [야룸].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심판(מִשְׁפָּט֙) 하시기 전에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대망하자. 그때 우리는 행복한 자들이 될 것이라. 아멘!!!
/ 필자 손성호 박사는 총신대학 종교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총신신학대학원(M. Div), 리폼드신학대학원(MRE),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석사(MRE)및 철학박사(기독교 교육 전공)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