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소재한 은평제일교회(담임 심하보 목사)는 지난 8월 1일(주일), 담임 목사와 성도들이 ‘방호복’을 입고 예배에 참석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정부가 4단계 방역 조치를 실행함에 따라 19명만 예배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 정부 결정을 부당하다고 판단한 심하보 목사와 성도들은 방호복을 착용한 채 예배를 드린 것이다.
심하보 목사는 “4단계라 19명만 예배드리라고 한다. 하지만 목적이 방역 아닌가. 그래서 가장 안전한 게 뭘까 고민하다 방호복을 입으면 가장 안전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하루 종일 확진자들을 상대하는 의료진들도 방호복 착용 외에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도 방호복을 입었다. 방역이 목적이라면 이렇게라도 해야겠지만, 통제가 목적이라면 이것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3차례 주일 낮 예배와 저녁 예배까지 성도 600-700명이 다녀갔으리라 판단한다는 심 목사는 “방호복 착용은 교회들에 대한 통제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도 있다. 기독교는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아닌가”라며 “정부가 예배드리지 말라고 하면 무조건 예배 안 드리는 것은 참된 신앙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예배를 드릴 방법을 찾아서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찾은 가장 안전한 방법이 방호복 착용이다. 더 이상 어떻게 안전하게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예배 강행 소식에 교회가 협조하지 않는 것에 불만 섞인 반응이 언론과 사회 각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예배를 통제하는 정부의 방침이 지나치고 편파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지하철이나 백화점에는 불특정 다수가 활보하고 있는데 교회만 예배당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심하보 목사는 “이것도 위험하다면, 국가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직권남용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입고 환자를 볼 텐데, 감염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래도 지하에 숨어 예배드리던 로마 시대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심 목사는 “작년에는 집합 금지를 당했는데, 이번에는 운영중단을 당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흔들림 없는 용기를 주셨다. 무엇보다 모두 함께 기도해서 승리했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승소해 오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며 “그렇지만, 아직도 인원 제한이 있다. 이치에도 과학에도 맞지 않는 방역지침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심하보 목사는 “19명으로 제한하는데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한다”며 “무조건하지 말라는 것은 헌법을 어기는 것이다. 우리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넓은 성전에 19명만 들어오는 것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역인가? 부산 한 백화점에서 집단감염이 생겼을 때, 전국 백화점을 다 막았는가”라고도 했다.
심하보 목사는 “이 무더운 여름날, 이렇게 방호복을 입고 있다. 죽음이 두려워서? 병균이 무서워서? 아니다.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모두 함께 와서 예배드리기 위해서”라며 “방호복은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해 입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감사한 것이 있다. 이 옷을 입고 수고하시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권면했다.
심 목사는 “방호복 착용은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면서, 동시에 세상을 향해 시위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 자체도, 사실 세상(사탄)에 대항하는 것 아닌가”라며 “예배를 중단시켜선 안 된다. 감염 확산을 염려한다면, 정부도 방호복을 입고 근무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교회에 올 때도, 정말 감염이 우려되면 방호복을 입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초대교회처럼 지하 무덤에 숨어서 예배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모두 잡혀갔다. 지금은 여차하면 저 혼자 잡혀가면 된다. 그래서 혹시 구치소에 가면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고 있다. 10권 정도 읽으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언제까지나 교회를 핍박하진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핍박당할 때 예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기독 언론들이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예배를 드리는 은평제일교회의 선택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은 지난 7월 29일 은평제일교회가 은평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된 것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이 불볕더위에 방호복을 착용하고라도 예배를 드리는 은평제일 교회 성도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평신도와 목회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형평성이 어긋난 예배 규제가 지나친 결정이라는 것과 예배를 신앙생활의 생명으로 여기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정부나 방역 당국의 몰이해나 콩나무 시루 같은 지하철이나 불특정 다수가 맘대로 출입하는 백화점을 고려하면 예배에 대한 규제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은 옳은 지적이다.
강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