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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4, 2024

[박헌승 목사 칼럼] “썩은 사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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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새벽에 교회에 오면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씻습니다. 이른 아침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는 사과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커피 향과 더불어 사각거리는 사과 씹는 소리에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리고 성경을 묵상하면 영혼에 날개를 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며칠 전입니다. 그날도 습관대로 커피를 내리고, 냉장고 문을 열고 무심코 사과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씻으려고 보니 반이 썩었습니다. 눌린채로 문드러져 썩고 있었습니다. 버리기가 아까워 칼로 반을 도려내고 나머지를 먹었습니다.

썩은 부분을 쓰레기통에 던질 때 안타까웠습니다. 조금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절반이나 썩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썩기 전에 반은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자꾸 썩은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깝다는 생각, 관리를 잘못했다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산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처음부터 상한 것을 샀다는 의구심도 났습니다.

썩은 사과가 온종일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뜩 아가서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 그늘에 앉아서 심히 기뻐하였고 그 열매는 내 입에 달았도다.”(아가서2:3)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 왕에 대한 사랑의 고백입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임은 거친 들판의 나무들과 달리 아름답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솔로몬의 그늘에 앉아 달콤한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였습니다. 이 은유는 신랑 되시는 예수님과 신부 되는 교회와의 사랑을 나타냅니다.

세상의 사과나무 열매는 썩지만, 예수 사과나무의 열매는 절대 썩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영원합니다. 이제는 새벽에 사과를 먹을 때마다, 달콤한 예수님의 사랑을 먹기를 원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내가 너를 깨웠노라.”(아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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