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 동안 캐나다 로키의 심장부 밴프에 다녀왔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설퍼 산(Sulphur Mountain) 정상에 올랐습니다. 로키의 장엄한 산, 아름다운 호수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무 데크 계단을 따라 북쪽 봉우리에 오르니 오래된 작은 건물이 외롭게 우뚝 서 있었습니다. 1903년에 지어진 기상관측소입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그곳에서 땀과 성실로 평생을 살았던 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먼 베튜언 샌슨(Norman Bethune Sanson, 1862–1949)입니다.
샌슨은 1896년부터 1932년까지 밴프 공원박물관의 큐레이터로 봉직했습니다. 그는 수많은 동식물 표본을 수집했고, 현재 박물관의 보고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샌슨은 캐나다 연방 환경부의 공식 기상관측원으로도 일을 했습니다. 그는 기상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해 설퍼 산 정상에 수없이 올랐습니다. 폭염, 강풍에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혹한에도 산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000회 이상 정상에 올랐습니다. 훗날 이 봉우리는 그의 이름을 따라 ‘Sanson’s Peak’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해발 2,451m에 달하는 산 정상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5Km가 넘는 가파른 등산로를 꾸준히 올라 하늘을 관찰하고 온도와 풍향, 눈과 강우량을 계절을 따라 세밀하게 기록했습니다.
기상관측소에 서서 그의 이름과 행적이 새겨진 안내판을 바라보며, 잠시 묵상에 잠겼습니다. ‘성실’의 깊은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앙의 길에도 성실이야말로 믿음의 열매입니다. 험산준령과 같은 사명의 길을 오르면서, 주어진 사명을 성실히 감당하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표식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성실은 천재를 대신한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위대한 업적보다 자기의 위치에서 묵묵히 충성을 다하는 자를 귀하게 여기십니다. 샌슨은 은퇴 이후에도 15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박물관을 돌보았습니다. 죽기까지 평생 지켜온 일을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로키의 아름다운 풍광만 보지 않았습니다. 밴프 산맥에 새겨진 한 남자의 성실함을 보았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면서 설퍼 산을 내려다보니, 노먼 샌슨이 숨을 헐떡이며 등정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성실로 채워진 그의 삶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믿음의 삶은 거창하지 않아도, 꾸준한 성실의 발걸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됩니다. 후세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맡겨진 삶의 자리가 성실로 채워질 때, 내가 지나간 발자취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이 될 것입니다.
“여호와를 의뢰하고 선을 행하라 땅에 머무는 동안 그의 성실을 먹을거리로 삼을지어다.”(시편 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