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정원사 이야기입니다. 예전의 정원사는 대충 시간만 보내고 갔는데, 이번에 오신 분은 전혀 다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일단 교회 주변의 쓰레기, 휴지부터 줍습니다. 봉지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깨끗하게 치웁니다. 잔디를 깎는데 그 모습이 감동입니다. 구석구석까지 긴 풀을 잘라내며 땀을 흘립니다. 자기 집처럼 정성껏 단장합니다. 반나절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투철한 직업의식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돈을 떠나 열심히 수고하는 모습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너무 감사해서 얼음냉수를 대접하며 격려할 정도입니다.
정원사를 생각할 때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주의 일을 저렇게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내가 밉습니다.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겨야 되는데, 나태합니다.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해야 하는데 나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일하고서 잊어버려야 하는데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감사 대신 원망하며, 인내 대신 불평하며, 믿음 대신 걱정을 합니다. 하나님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해봅니다. 그런데, 내 안에서 두 음성이 들립니다. “너는 할 수 없어. 작심삼일이야. 너는 이제 틀렸어. 너 자신이 잘 알고 있잖아. 너는 얼마 못 가서 또 넘어질 거야. 육체의 게으른 정욕이 너를 가만 안 둘 거야.” 또 다른 음성입니다.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하나님의 자녀야. 너는 내가 기뻐하는 종이야. 나는 일을 떠나 너를 사랑해.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너를 사랑하기로 작정했어. 걱정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내 품에 안겨. 내가 도와줄게. 나는 약속을 지키는 자야.”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오늘은 성령 강림 주일입니다. 힘으로 능으로 안 되는, 무기력한 나를 위해 성령님이 오셨습니다. 교회를 세우시고 성도들을 도우시려고 보혜사로 오셨습니다. 나는 무능해서 할 수 없다고 낙심하지 맙시다. 성령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불타는 영이십니다.
지금도 잔디 깎는 굉음(?)이 내 귀에 들립니다. 그 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힘이 됩니다. 성령님의 음성으로 들립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 되지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슥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