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비전 우선하는 성도 의사 수렴토록
목회자 대거 은퇴 앞서 매뉴얼 마련 필요

베이비부머 목회자의 대거 은퇴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청빙 과정의 변화와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성도들이 담임목사 청빙 시 후보자의 ‘인품과 비전’을 보기를 원하지만, ‘설교’로 최종 결정하는 현행 청빙 방식의 비합리성이 지적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이하 목데연)가 최근 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의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인 ‘청빙, 비욘드 콘테스트’를 바탕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청빙, 교회의 미래를 좌우한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10월 20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 가나의집 아가페홀에서 진행됐다.
목데연 지용근 대표는 1955년생 목회자를 시작으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대규모 은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청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장합동 총회 소속 은퇴 예상자 수 추이를 인용한 지 대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7848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10년 사이 전체 교회의 66%가 청빙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이 중요한 시점에 청빙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데연이 목회자 500명(담임목사)과 성도 1000명(출석 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빙 실태와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바람직한 청빙 방식으로 ‘공개 모집’(목회자 27%, 성도 35%)보다 ‘교회 내외부의 추천’(목회자 60%, 성도 58%)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빙 과정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나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목회자는 반반이었던 반면, 성도들은 각각 76%가 긍정적으로 답변하며 청빙의 전문성 확보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였다.
성도들은 ‘카리스마’(13%)가 아닌 ‘수평적 리더십’(81%)으로, ‘전통 계승 발전’(23%)보다는 ‘새로운 변화 발전’(69%)을 교회에 가져올 목회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의 권위적 리더십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소통하는 목회자를 선호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학위나 대형교회 목회 경험에 대해서는 각각 79%, 81%가 상관없다고 응답했다.
후보자 평가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2가지 중복 선택)으로 성도들은 ‘성품/인성/도덕성’(54%)과 ‘목회 철학과 비전’(36%)을 많이 꼽았다. 교인 의견 수렴방식으로 ‘설교 청취 후 투표’(44%)를 가장 선호했으나, 정작 후보자 평가 시 ‘설교 능력’(26%)은 중요요인으로 앞선 두 가지 외에도 ‘성도들과의 소통 능력’(31%), ‘충만한 영성’(30%)에도 뒤처졌다. 또한 성도들은 ‘카리스마’(13%)가 아닌 ‘수평적 리더십’(81%)으로, ‘전통 계승 발전’(23%)보다는 ‘새로운 변화 발전’(69%)을 교회에 가져올 목회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위나 대형교회 목회 경험에 대해서는 각각 79%, 81%가 상관없다고 응답했다.
이어진 발제자에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현재 한국교회의 청빙 과정이 민주적 절차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으며, 합리적인 매뉴얼 마련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라고 하면서 담임목사 등 목회자는 청빙 과정에서 배제하지만 장로는 그대로 남는다”라면서 “장로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청빙위가 계속된다면 결국 노년 중심 목회로 흐르게 되고, 여전히 청년·미래세대 목회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새 담임목사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현재 청빙 과정에서 교인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의 비합리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청빙위원회가 추천한 2~3명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인들은 최종 설교를 보고 뽑게 된다. 30분 보고 알겠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외모, 설교력 정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설문 결과 교인들은 인품과 비전을 보기 원하는데 설교 보고 결정하라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교인들의 기대와 실제 결정 과정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청빙의 불완전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청빙 매뉴얼 부재가 교회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비판이다. 문제 해결을 촉구한 조 교수는 “청빙 매뉴얼이 없다보니 교회가 20년에 한 번 겪는 일을 아무도 경험 없이 맡게 된다. 기초자료조차 없어 시작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라면서 “이대로 가면 청빙은 축제가 아니라 다툼의 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은퇴로 청빙이 폭증할 앞으로 10년은 한국교회에 전환점이 될 시기”라며 “민주성을 가장한 방치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