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고셰신부의 불로 장생주“
프랑스 파리 근교에 가난과 절제를 모토로 하는 프레몽트르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수도원은 가난했지만, 수도사들의 노동과 절제 등으로 나름대로 잘 유지되고 있었고, 신앙훈련과 영성개발이 잘 된다는 명성이 있어 수도사 지망생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수도원 운영에 큰 문제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난했지만 모든 수도사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며 영성을 키우면서 생활하였습니다. 신실한 수도사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잘 견디며 경건훈련을 했습니다. 가난을 제외하면 프레몽트르 수도원은 아주 모범적 수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레몽트르 수도원 재정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더니 마침내 재정상태가 완전히 바닥났습니다. 수도원 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수도원 뾰쪽 탑이 무너져 내리고 창문들은 깨어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손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수도원 종마저도 깨어졌는데 다시 살 돈이 없어서 딱딱이를 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수도원 원장을 포함한 수도원 행정부에게 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아무리 은혜롭게 경건한 수도원이라도 돈이 없으면 존재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사람들이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도원에는 고셰라는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수도원에서 젖소 두 마리를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심각한 수도원 재정상태를 알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던 고셰 수도사는, 어느 날 수도원 원장을 찾아가 수도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양아버지 어깨너머로 불로장생주 제조법을 배웠고, 이것을 만들어 팔면 수도원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불로장생주를 만들게 허락해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수도원 원장은 반색하며 고셰에게 ‘불로장생주를 만들어 보라’합니다. 수도원 원장의 적극적 지원 아래 고셰는 자기 일이던 젖소를 돌보던 일을 중단하고 ‘불로장생주’ 생산에 집중합니다.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불로장생주를 만들기 위해 골몰합니다. 수도사들은 불로 장생주를 만드는 고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고셰 자신도 불로장생주를 잘 만들어 수도원 사역에 보탬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불로장생주를 만들었습니다.
정성을 모아 6개월 동안 밤낮으로 애쓴 결과, 고셰수도사는 불로장생주 생산에 성공합니다. 맛도 좋고, 향기도 좋은 불로 장생주가 만들어 지던 날 수도원 관계자들은 흥분했습니다. 고셰수도사가 빚은 불로장생주는 불티나게 팔렸고, 수입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레몽트르 수도원은 나날이 달라졌습니다. 수도원 건물은 고쳐졌고, 창문도 고쳐지고, 무너졌던 뾰쪽탑은 다시 세워져 하늘 찌를 듯이 높아졌습니다. 십자가도 세워졌고, 깨진 종을 버리고 새 종을 사서 경쾌한 종소리가 수도원을 가득 채웠습니다. 침침했던 수도원이 화사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고셰의 불로 장생주 덕분이었다.
그 빛나는 공적으로 인해 고셰 수도사는 신부 서품을 받습니다. 수도원의 그 누구도 신부 수업을 받지 않은 고셰가 신부 서품을 받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고셰는 신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불로장생주를 빚고 있었고 프레몽트르 수도원은 여전히 경건하고 은혜로운 수도원을 찾는 수도사 지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신부들이 모두 모여 경건하게 저녁미사를 드리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괴성을 지르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빨갛게 취한 얼굴로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셰 수도사였습니다. 그는 불로장생주가 잘 빚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시음 하다가 알콜 중독자가 되어버린 것입다.
그러나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던 다른 신부님들은 술주정하는 고셰 수도사를 향해 “사단아, 물러가라!”고 외치면서 그를 밖으로 끌어내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경건하게 미사를 계속했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수도원 원장은 고셰 수도사에게 앞으로 성당 출입을 삼가고, 주조장에서 불로장생주만 빚으면서 혼자 기도할 것을 명령합니다. 마음씨 착한 고셰는 수도원 원장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매일 술을 빚고 그 술을 시음하며 주조장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수도원 원장이 주조장을 방문하니 고셰는 눈물로 간청 합니다. 이제 술을 그만 만들겠으니 예전처럼 젖소를 돌보며 수도사로 살게 해달라고. 그러나 수도원 원장은 고셰의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비로운 주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지실 것이요. 그러니까 아무 염려 말고 수도원을 위해 열심히 불로 장생주를 빚으시오.” 하며 격려합니다.
어쩔 수 없이 고셰수도사는 계속해서 술을 빚었고, 그 술은 날마다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은 쉴 틈 없이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미사가 끝날 때 수도원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수도원을 위해 봉사하는 고셰신부를 위해 기도합시다.” 미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고셰 신부를 위하여 간절히 축복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시간 불쌍한 고셰의 영혼과 육체는 주조장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상은 별 그리고 마지막 수업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 ‘고셰신부의 불로장생주’의 내용입니다. 그 시대의 타락한 카돌릭 교회를 고발한 단편 소설입니다. 수도원 원장과 신부들은 타락한 교회의 치부를 드러냅니다. 청렴과 가난 그리고 경건의 훈련을 모토로 삼았던 수도원마저 자신들의 윤택함을 위해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순박한 고셰의 영과 육을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 모습은 어떨까요? 프레몽트르 수도원과 같은 교회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 유익을 위해 악을 자행하고, 조장하고, 합리화합니다. 교회를 위해 불로장생주 제조와 같은 악행을 서슴없이 자행합니다. 우리의 윤택함과 안정을 위해 고셰와 같은 희생양들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죄책감마저 없는 비극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은 불길함이 엄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