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훈 교수 ‘극단적 죽음 예식’ 제시
사고보다 유가족 위로와 천국소망 중점
신학부가 7월 11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의 장례 예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이 현실인 만큼 이 주제 논문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주종훈 교수(총신대신대원)가 발표한 ‘개혁주의 목회적 돌봄과 의례의 관점에서 본 극단적 죽음에 대한 적절한 예식’을 요약정리한다. <편집자 주>
죽음과 관련한 목회적 돌봄으로서 예식을 진행할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경우 가운데 하나는 극단적 죽음의 경우에 해당한다.
극단적 선택에 의한 죽음에 대한 예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고려하고 반영할 수 있다. 첫째, 개혁주의 전통은 극단적 선택에 의한 죽음과 관련한 장례 예식에서 죽음의 원인에 대한 고찰과 분석에 따른 주저함보다 죽음에 따른 장례의 즉각적인 개입과 대응을 신속하게 응하는 것이다. 둘째, 극단적 선택에 따른 죽음이라도 유가족들을 위한 목회적 돌봄 방식으로 장례 예식을 진행하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극단적 선택에 따른 죽음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판단 또는 십계명의 준수 여부에 따른 죽음과 생명의 기준 제시와 같은 신학적 접근은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장례의 의례 단계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죽음 이후의 부활과 소망을 너무 성급하게 제시하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셋째, 장례 의식을 표준예식서의 안내에 준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기본 예식의 구성과 진행에 유족들을 위한 슬픔과 상실을 탄식으로 담아내는 메시지와 기도를 포함하는 것이 요구된다.
개혁주의 전통에서 장례와 관련한 복잡한 예식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장례 예식의 불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활에 따른 소망의 연결과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슬픔을 돌보는 것에 더욱 주력할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실천적 제안은 다음과 같다.
1. 입관 예식
● 예식 선언 / 집례자
● 기원 / 집례자
● 신앙고백 / 다같이
● 찬송 / 다같이
● 기도 / 집례자 혹은 맡은 이
● 성경 봉독 / 집례자
● 설교 / 집례자
● 기도 / 집례자
● 찬송 / 다같이(생략 가능)
● 축도 / 목사
이 예식은 입관을 먼저 하고 그 후에 입관 예식을 진행한다. 입관 기도는 “창조와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슬픔을 직면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에 집중한다. 입관 순서가 마무리되면 입관 예식을 진행한다.
예식 선언을 통해서 “○○○의 입관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로 선언하는 것이 좀 더 적합하다. ‘기원’ 역시 생명과 죽음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언급하고 슬픔을 직면한 유가족들을 향한 위로와 은혜를 구하는 내용으로 간략히 간구한다. 찬송은 장례 송으로 구분된 606~610장에서 택할 수 있고 혹은 미래와 소망으로 구분된 479~494장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기도는 생명과 죽음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고백과 슬픔을 당한 자들을 위한 위로와 은혜를 위한 내용을 직접 기록해서 읽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설교에는 죽음 또는 죽은 자를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요구된다.
2. 발인 예식: 발인 예식은 장례 예식에서 가장 중요한 예식으로 장례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예식 선언 / 집례자
● 기원 / 집례자
● 신앙고백 / 다같이
● 찬송 / 다같이
● 기도 / 집례자 혹은 맡은 이
● 성경 봉독 / 집례자
● 설교 / 집례자
● 기도 / 집례자
● 찬송 / 다같이
● 축도 / 목사
첫째, 예식이 시작되기 전 모든 순서를 상세하게 담은 순서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순서를 정하고 결정할 때 유가족들과 의논하고 전체 진행을 미리 설명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예식 진행과 발인 과정에서 장례지도사 또는 기타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이들과 미리 필요로 하는 내용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예식을 선언할 때 “우리는 지금 고 ○○○의 발인식을 시작합니다. 엄숙한 마음으로 이 예식에 참여하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분명한 안내와 모임의 목적을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넷째, 기원은 입관 예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죽음과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유가족들의 슬픔을 담아내는 내용을 포함한다. 기원의 핵심은 발인예식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임재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때 성경 구절을 읽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시편 23편은 극단적 선택에 의한 죽음으로 상실을 경험한 유가족들과 발인예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적절한 본문이 된다. 다섯째, 신앙고백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유가족들과 동료들이 모두 연합하는 좋은 의례의 실천이다. 여섯째, 기도의 핵심은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과 슬픔을 당한 유족들을 위한 위로 그리고 말씀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 역사를 간략하게 간구하는 것이다. 일곱째, 설교는 고인에 대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에 대한 말씀의 진실을 선포하는 것이다. 아울러 고인의 죽음에 따른 상실과 슬픔에 직면한 이들을 향한 소망을 언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덟째, 흔히 발인예식에 포함하는 조가, 고인 약력 소개, 조사, 유족인사 등은 생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홉째, 발인예식의 찬송가는 입관 예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례 송으로 구분된 606~610장에서 택하거나 미래와 소망으로 구분된 479~494장 가운데서 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인이 진행될 때 일반적인 발인의 순서를 장례지도사 또는 목회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한다. 이때 인위적으로 울거나 의미 없는 슬픔의 의례를 제시하는 이교도의 행위를 따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3. 하관 예식: 하관은 장지에 도착한 관을 묘소 또는 납골당에 안치하는 과정에서 진행한다.
● 예식 선언 / 집례자
● 기원 / 집례자
● 신앙고백 / 다같이
● 찬송 / 다같이
● 기도 / 집례자
● 성경 봉독 / 집례자
● 설교 / 집례자
● 기도 / 집례자
● 찬송 / 다같이
● 축도 또는 주기도 / 목사(주기도의 경우 다같이)
하관 예식은 시신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식 선언 후 간구에서 부활의 소망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죽음이든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확증하는 것이다. 기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12장 23~26절, 시편 16편 9절, 11절, 고린도전서 15장 39~44절, 50~58절 등이다. 둘째, 성경 봉독 전 또는 설교 후 기도에서 고인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보다 하나님에 의해서 이루어질 부활의 소망을 강조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 아울러 하관 예식에 참여한 이들 모두 남은 생에서 다시 창조주를 만나는 시간까지 더욱 순전한 신앙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간략히 언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설교 후 기도 또는 축도의 시간에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기도는 슬픔의 시간에 가장 명확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하나님을 향해 고백할 수 있는 기도의 내용이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상실을 경험한 가족들을 별도로 찾아가 예배하고 함께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면 도움이 된다.
“교단 차원 구체적 지침 제시 필요”
인터뷰/ 주종훈 교수
“죽음은 생의 주기에 대한 목회적 돌봄에서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런데, 극단적 선택에 의한 죽음의 경우, 제6계명에 근거해서 신학적, 교리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구원의 문제와 연결해왔기 때문에, 이 영역에 접근하는 데 주저하거나 꺼립니다.”
논문을 발표한 주종훈 교수는 교단 차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의 장례 논의가 부족했던 이유에 대해 신학적 교리적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교수는 “성도의 죽음은 천국을 향한 환송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 입장이고, 이런 영향들 때문에 다른 생애 주기에 대한 예식에 비해 덜 연구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이 주제에 관해 연구를 의뢰받았을 때 저는 죽음과 관련된 의례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직면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목회적 돌봄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음과 관련한 의례 또는 예식을 간소화하는 것이 개혁주의 전통인 반면, 한국 사회는 장례문화원에 의해 다소 유교적 측면을 반영하는 예식을 수용한다”면서 “따라서 죽은 자를 위한 예식이나 기독교적 의미를 간과하는 예식을 벗어나, 죽음을 통한 상실을 직면하는 유가족을 위한 예식 구성에 좀 더 집중하는 목회적 대응에 초점을 두도록 논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교단에 몇 가지 제언했다. 첫째, 구체적 장례 예식 마련이다. “우리 교단이 장례 예식을 성도들의 생애 주기에 따른 목회적 돌봄의 필수 과정으로 수용하고 훈련하고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유형에 따른 교리적 분석과 판단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죽음으로 인해 상실과 아픔을 경험하는 자들을 위한 장례 예식의 구체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여러 죽음에 대한 목회적 안내 제시다. “표준예식서와 같은 지침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세부적으로 질병에 의한 죽음, 노년의 죽음, 갑작스러운 사고에 의한 죽음, 고독과 극단적 선택에 의한 죽음과 관련한 장례 예식에서의 기도 내용과 문구 등에 대한 목회적 안내도 중요한 관심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목회자의 장례 인도에 대한 지침 마련도 필요하다. 주 교수는 “장례 예식의 주된 대상이 죽은 자가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면서 “신앙적 접근과 지원을 위해, 장례지도사의 안내뿐 아니라, 장례 예식 과정에서 목회자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안내하는 것도 교단적으로 제시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