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목회의 고정관념 뛰어넘어 지역공동체의 필요 채우는 사역 통해 활로 개척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선교하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의 사역뿐 아니라, 교회 밖 세상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드러내는 다양한 사역 또한 필요하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중직 목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고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이중직 목회를 선택한 교회와 목회자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하늘뜻담은교회 – 마을공동체 섬김이 자처
이청훈 목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터를 잡은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2020년 9월 하늘뜻담은교회를 개척했다. 이청훈 목사네 가정 5명을 포함해서 13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처음부터 지향하는 바가 뚜렷했다. ‘하늘뜻’(하나님 나라와 사랑, 공의)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담는’(누리고 나누고 확장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청훈 목사는 목사로서 예배와 설교를 준비하는 목양 이외에도, 서대문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만남을 기획하고 주민들이 관련 공모사업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마을지원활동가인 ‘마을사업 협력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또 홍은2동 주민자치위원, 초등학생 등교를 지도하는 교통안전지도사 등 다양한 마을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그가 처음 교회를 개척해서 한 일은 마을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상가와 주민센터, 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관계를 쌓는 일이었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면서 발달장애 주간활동 서비스센터 운영, 홍은동 반찬나눔 사역, 발달장애 이웃사촌 사역, 도담도담마을학교 운영, 동네배움터 운영 등 지역섬김 사역을 확장해갔다.
이 목사는 “기존의 교회공동체가 마을주민들을 복음전도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다면, 하늘뜻담음교회 공동체는 그들을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친구이자 언젠가는 같은 믿음 생활을 하게 될 하나님의 자녀로 인식하면서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친밀감을 이루고 신뢰를 얻을 때 참된 복음전파도 이루어지며, 진정한 믿음의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이 목사가 하는 마을돌봄 사역들마다 좋은 결과와 호응이 나타나자, 지자체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그 비결은 ‘철저한 섬김’에 있다. 한 예로, 방과 후 돌봄사역인 도담도담마을학교의 경우 이 목사는 일반적인 방과 후 돌봄사역보다 1시간을 더 연장해 저녁 8시까지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맡아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으로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데 그친다면, 교회 예산을 보태 아이들을 위해 간식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틀에 박힌 공부나 자율학습이 아니라 마을학교의 언니오빠 친구들과 함께 매일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보니 부모들 또한 맘 놓고 일한 후 아이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주일에 아이들을 맡겨도 되냐며 자발적으로 주일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생겼다. 이 목사는 “처음에는 제가 목사인 것도,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주체가 교회인 것도 몰랐던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를 알게 되었고, 교회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마을사역를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목양을 하면서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목사로서 본질적인 말씀 사역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일 주중에는 지자체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공동체를 섬기고, 주일에는 예배와 목양에 힘쓰는 것은 교회의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마을사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교회의 예산으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섬김을 할 수 있다 보니, 헌금에 대한 성도들의 부담도 줄어들고 성도들 또한 다양한 마을사역에 동참할 수 있어 성도들의 믿음도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교회 성도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동일한 목양의 대상으로 섬기는 목회 노하우를 공유하는 ‘마을목회4.0이야기’라는 연속강의도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줌(Zoom)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오는 4월 28일 마을이 일터가 되고 마을 일이 목양이 되는 본인의 마을목회 사역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블루라이트 교회 – 선교적 교회 지향
안산동산교회에서 청년대학부 사역자이자 셀 모델의 한국교회 적용을 연구하는 미래목회연구소 소장으로 9년 동안 사역했던 송창근 목사는 46세의 젊지 않은 나이에 2009년 홍대거리에 위치한 바(bar)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개조해 블루라이트 교회를 개척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세상 한가운데 교회’ 혹은 ‘교회 밖 선교적 교회’를 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비전은 청소년 시절 방황으로 자살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예수를 영접한 본인의 경험 덕분이었다. 복음을 접할 기회도 없고 접할 의지도 없는 20~30대 불신자, 가나안성도, 아티스트, 문화 기획자, 안티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교회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교회 공간을 인디음악가들의 공연장으로 저가에 대여해주는 한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운영하며 예술문화 사역을 했다.
송 목사는 “개척에 동참한 청년들의 수가 적기도 했고, 홍대거리에 인맥이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시작한 복합문화 공간의 비즈니스 모델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목회나 비즈니스, 어느 것 한가지에만 몰입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자니 스트레스와 탈진이 찾아오기 십상이었다. 기존 모델도 많이 없고, 실패와 유혹도 많으며, 성도와 교회의 인정도 받기가 힘들었다.
송 목사는 전도와 새신자 사역, 기도와 훈련 등 목회와 비즈니스의 우선순위와 운영 방식을 과감하게 조정하면서 생계형 이중직과 선교적 목회의 균형을 조금씩 잡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송 목사는 홍대 공연의 중심 장소인 상상마당 공연장으로 예배 장소를 옮겨 홍대거리에서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는 방법과 예술문화 사역 비결을 배우면서 주중에는 공연대관과 엔터테인먼트를 진행하면서 아티스트와 문화 기획자들과 소통을 하고, 주일에는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저렴하게 공연장을 사용하던 아티스트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문화 기획자나 자영업자들이 자연스레 교회에 유입되면서 블루라이트교회는 자립이 가능해졌다.
몇 년 후 신촌에 같은 형식의 랜드마트교회를 개척하는 등 선교적 교회를 확장해나가던 송 목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열심히 일구었던 홍대와 신촌 일대 교회 운영은 후배 목회자에게 맡기고, 현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에서 블루라이트 강남교회를 개척해 운영하고 있다.
송 목사는 선교적 교회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카페 교회, 교회 안의 카페, 지역 도서관, 공연장, 전통 교회, 신축 교회, 직장 교회, 거리 교회 등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법으로 다가가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서 있는 장소와 그곳의 사람,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 공동체에서 하나님 사랑을 그들의 언어로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