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 등 ‘평신도 신앙 욕구 조사’ 결과
이상적 목회자상, ‘사랑 많고 인격적인’
“목양과 공동체적 돌봄 더 힘쓸 필요”
“나에게 관심 갖고 사랑 주는, 인품 좋고 인격 갖춘 우리 목사님이 좋아요!”
성도들은 출석교회 목회자가 갖춰야 할 요소로 ‘성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인품/인격’을 첫손에 꼽았다. 그러나 충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결격 사유 1, 2위로 이어졌다.
▲정재영 교수가 12월 1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탈교회 시대, 평신도가 보내는 목회 시그널’에서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이정익 목사)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정재영)와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송인규)가 공동으로 진행한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변하고 있는 교인들의 신앙적 욕구를 파악해 목회 적용점을 발견함으로써 최근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삶에서 ‘가정의 행복’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었으며, ‘믿음/신앙’에 대한 관심도는 전체 11개 항목 중 5위에 그쳤다. 신앙으로 좁혔을 때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충족도 역시 가장 높았다. 코로나 이후 ‘가정의 행복’에 대한 성도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체로 개인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불안함에 대한 반응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에 비하면 목회자의 심방을 원한다는 반응은 36.3%로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 꺼리는 이유는 응답자의 절반이 ‘집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50.1%)라고 답했다. 대신 상담을 원하는 욕구는 46.3%로 심방보다는 비교적 높았는데, 심방을 꺼리는 이유와 상쇄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심방보다는 필요에 따라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성도들이 상담을 받고 싶은 사람으로 ‘상담 전문가/상담센터’(39.5%)와 ‘병원 의사’(8.6%)보다 ‘출석 교회 목회자’(66.9%)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두 사람 중 한 사람(52.6%)은 출석 교회 목회자에게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목회자에게 상담받고 싶으나 실제 받지 않은 성도들은 그 이유로 ‘이런 문제로 상담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32.7%), 목회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30.0%) 등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평소 목회자의 관심과 돌봄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39.0%)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목회자의 목양 태도가 성도들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심은 것은 아닌지 개선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성도들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의 목회자가 어떤 모습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을까. 복수응답에서는 ‘성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69.0%)을, 단수응답에서는 ‘인품/인격’(31.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충족도에서는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능력’(평균 4.12점/5점 척도)이 가장 높았은데, 해당 능력은 성도들이 원하는 자격 요건에는 수위에 들지 못했다. 대신 필수 요소 1위였던 ‘인품/인격’의 충족도(평균 4.02점/5점 척도)는 5위로 낮았다. 이것은 목회자의 결격 사유로도 연결돼 성도들은 ‘인품/인격에 문제가 있는 목회자’(68.5%)와 ‘성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목회자’(60.7%, 이상 복수응답)를 중대한 하자로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성도들이 느끼는 목회자 호감 및 신뢰도는 70% 안팎이었고, 전반적 평가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72.8%로 보통 수준을 보였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도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목회자 이미지 1위가 ‘섬김의 종’(76.1%)인데 반해, 앞서 다른 조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결과 목회자 스스로가 꿈꾸는 이미지에서는 15.4%만이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때 목회자들은 절반 이상(52.6%)이 ‘설교가’를 이상적인 목회자의 모습으로 꼽은 바 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목회자의 자격 요건으로 인품과 성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게 나왔고, 목회자의 이미지도 섬김의 종을 이상적으로 본 것을 고려할 때, 목회자들은 단순히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만 아니라 목양과 공동체적 돌봄에 더 힘쓸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또 목회자들을 향해 “성별, 연령, 직분, 신앙단계에 따라 신앙 욕구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적절한 목회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특별히 전체적으로 신앙단계가 낮은 신자들의 경우 교회 생활이나 목회자와의 관계에서 만족도가 낮게 나왔으므로 이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채울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제언한 청년의뜰 한병선 본부장은 “일반 교인들이 바라는 목회자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는 영적 충족과 도전, 성장, 성숙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면서 “영적 충족은 목회자의 설교를 통해서도 일부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목회자가 교인 개인을 하나님께로 인도해서 영적인 충족을 경험하게 하는 가이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 충족을 누릴 수 있는 과정에 동행하는 것으로 그 과정 속에서 영적인 도전을 주고, 성장과 성숙을 만들어 가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욕구인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조사 결과를 분석한 김선호 목사(성답교회)는 목사의 동역자 또는 협력자로서의 교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요청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가 지난 지금, 교회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목사에게 위기, 목회의 위기일 수는 있다”라며 목사가 교인을 목회의 동역자로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과 욕구를 목회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을 때는 어려움이 닥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하나님은 이 시대 교인을 목사와 함께 사역자로 부르시고 사명을 맡기셨다. 목사와 성도는 힘을 합쳐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 공동체로 세워져 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조사’는 지앤컴리서치가 9월 21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로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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