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2년 혼인·이혼 통계’…2년 연속 20만건 밑
“무작정 강요는 역효과, 교회도 구조 전환에 관심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첫 0.7명대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겨준 데 이어 출산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혼인율 역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꾸준한 감소세로 볼 때 근 몇 년간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혼인 감소는 자연스럽게 인구 절벽의 원인이 되는 출생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악순환을 끊어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회도 단순히 청년들에게 성경 속 결혼과 출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하는 것을 넘어 다음세대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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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월 16일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표>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2011년 32만9087건을 기록한 뒤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계속해서 줄어 2016년 30만건 밑으로 떨어졌고, 5년 만인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건대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높았던 1997년의 43만4911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감소율은 최근 3년 평균인 9.2%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대부분 해제됨에 따라 팬데믹 기간 결혼식을 미뤄왔던 많은 예비부부가 혼인한 것을 고려할 때, 그럼에도 감소세를 반등하지 못한 것에 오히려 주목할 만하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뒤로 미루다 보니 결혼 시기는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평균초혼연령은 해당 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남자는 전년 대비 0.4세 상승한 33.7세, 여자는 0.2세 오른 31.3세로 나타났다. 남자는 2003년, 여자는 2016년 각각 30세를 돌파한 바 있다.
혼인 건수 감소의 이유로는 2040 인구 감소와 결혼 비용 증가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2 결혼인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혼인 건수 감소 이유로 ‘내집마련 등 결혼비용 증가’(23%), ‘자녀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13%),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 확산’(11%) 등을 꼽았다.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짧아지는 여성의 가임 기간을 고려할 때, 지금도 심각한 저출생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혼인율이 감소하니 출생률이 떨어지고, 이는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을 불러온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다시 청년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악순환의 무한반복으로, 어느 한 고리를 끊지 않고서야 자연적인 반등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각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구조 변화를 통한 결혼과 출산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 삶의 만족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결혼과 출산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닌 상승의 계기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사회로 계속해서 구조적 변화를 이뤄가야 하는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결혼과 출산이 성경이 말하는 보편적 진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강요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먼저 청년들의 현실을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종교사회학자인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혼인율 및 출산율 감소 현상에 대해 “여건이 좋지 않고 환경이 좋지 않으니 젊은 층에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현재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부터 요구했다. 정 교수는 “물론 성경은 지켜야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해나갈 것인지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들만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면서 교회가 결혼과 출산이 갖는 고유한 가치, 의미를 강조하고 독려하되 청년들이 살아갈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도 동시에 힘쓰기를 당부했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