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26, 2024

[강태광의 기독교 문학 산책] 펄벅의 “대지“

인기 칼럼

강태광 목사


펄벅의 “대지“

노벨 문학상 수상작 소설 ‘대지 (the Good earth)’의 작가 펄벅은 중국에서 성장한 미국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자라나고 활동했던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도 사랑한 친 아시아적 마인드를 가진 서양인입니다. 그녀를 ‘푸른 눈을 가진 동양인’이라 불렀습니다. 펄벅은 중국 선교사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생후 석 달 만에 중국에 건너가 중국에서 성장합니다. 대학은 미국에서 다녔고, 졸업 후 곧 중국으로 돌아가 아시아에서 평생을 삽니다.

펄벅은 아시아를 사랑했습니다. 아시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작가의 통찰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첫 아이가 장애아였던 펄벅은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고 작가가 됩니다. 자신의 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쓴 “자라지 않는 아이”는 자신의 아픔을 통해 장애 자녀를 가진 가정의 아픔을 담담히 그립니다. 아울러 한국을 사랑해서 ‘살아있는 갈대’란 소설로 우리 민족이 가진 역사의식과 저항 정신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통찰력을 가진 소설가로 펄벅을 우뚝 세워준 작품은 ‘대지’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게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서양인의 눈으로 아시아 중국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당대 중국인의 삶을 심도 있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1931년 ‘대지’는 출간되자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대지는 당시 서양에 생소했던 중국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했고, 격동기에 있는 중국인의 삶을 그렸습니다. 특히, 당시 중국인들에게 소중한 땅의 의미를 설명한 작품입니다. 펄벅은 이 작품으로 1938년 미국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대지는 주인공 ‘왕룽’의 결혼식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왕룽’은 청나라 빈농인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역 부호 황가 집안의 하인이었던 ‘오란’과 결혼합니다. 오란은 비록 외모가 볼품이 없었지만 스스로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성실함과 늙은 시아비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가정을 일으킵니다. 결혼 후 계속해서 풍년을 맞고 아내 오란의 성실 덕분에 왕룽 일가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시골 인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풍요로운 부잣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룽은 오란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오란이 살림을 일으켜 세웠다는 사실도 망각합니다. 오히려 그녀를 못생겼다고 구박합니다. 몇 해 후에 가뭄과 메뚜기 떼의 출현으로 인해 흉년을 겪고 굶주림도 경험합니다. 이를 참다못한 왕룽은 자신에게 피와 살 같은 땅을 버리고 강소성의 대도시로 이사를 합니다.

이사 후 막일과 구걸로 연명하던 이들은 발생한 도시의 폭동으로 큰 혼란을 겪습니다. 이 혼란 속에 큰 부자가 숨겨 놓았던 보물 주머니를 오란이 발견하는 횡재를 했습니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왕룽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가 몰락한 황가의 토지와 저택을 사들입니다.

오란이 종으로 살았던 황씨 부자의 몰락은 왕룽 일가가 부자가 되는 것을 촉진시킵니다. 땅, 일꾼, 그리고, 수확이 늘어나면서 왕룽은 점차 큰 부자가 됩니다. 왕룽은 땅이 늘어나자 부자행세를 합니다. 먹고 살만하니 왕룽은 오란의 외모를 싫어하며 방황합니다. 급기야 읍내 찻집 종업원 ‘롄화’를 첩으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오란에게는 큰 상처였었지만 왕룽은 개의치 않습니다. 오란은 화병(火病)을 얻고 곧 오란은 사망합니다.

왕룽은 잠시 죄책감을 갖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왕룽은 세 아들을 학자, 상인, 그리고 군인으로 키웠지만 자녀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모릅니다. 왕룽은 과거의 욕심을 반성하며 죽음을 준비하는데, 자식들은 욕심을 채웁니다.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가 목숨과 같이 여기는 땅을 팔아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아들들 모습을 그리며 1부가 끝납니다.

대지(the good earth)는 배경이 되었던 중국과 중국 사람들의 삶을 ‘대지(the good land)’라는 창문을 통해 세계에 소개합니다. ‘대지‘는 중국인들이 가졌던 땅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첫째로, 펄벅은 당시 중국인들이 이해한 ‘땅의 의미’를 소개하면서 중국인의 세계관을 설명합니다. 대지의 배경인 1930년대 중국인들에게 땅은 그들의 인생이요, 그들의 기업이요, 그들의 세계였습니다. 땅이 인생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조건 땅을 차지해야 했습니다. 땅의 소유가 양반이 되고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둘째로 대지는 부모가 남길 참된 유산을 가르쳐 줍니다. ‘왕룽’은 늘 “나는 못 배웠으니까 내 자식들은 공부를 시켜야 돼”, “나는 가난하게 살았으니 내 자식은 부자로 살게 해야지”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는 오직 후손들의 편한 삶을 주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돈으로 마련된 편안은 평안을 주지 못합니다. 그의 자손들의 삶에 평안이 없습니다.

셋째로 대지는 인생의 성공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땅을 잃어가는 황부자의 고통을 통해, 땅을 얻어 가며 기고만장한 왕룽, 그리고 자신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 성공의 허망함을 보여줍니다. 참 성공이 무엇일까요? 펄벅은 대지 속에서 땅은 얻었지만 자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왕룽의 허망한 삶을 보여주면서 참 성공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땅은 얻었지만 자녀들로부터, 손주들로부터 배신과 무시를 당하는 왕룽의 이야기는 허망한 성공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 Advertisement -spot_img

관련 아티클

spot_img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