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의 “적과 흑“
스탕달(Stendhal)은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입니다. 7세 때 어머니를 잃은 그는 애정을 주지 않는 완고한 아버지, 위선적이고 까다로운 숙모 등의 돌봄 속에서 갈등 많은 소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외가 어른들로부터는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자랐는데, 특히 외할아버지로부터 18세기 계몽주의 사상을 영향 받습니다.
스탕달은 16세 때 나폴레옹 군에 입대하여 군의 고관인 친척 도움으로 이탈리아 원정대에 합류합니다. 17세에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밀라노를 경험하는데 우울했던 젊은 날 끝에 새로운 세상 이탈리아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스탕달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대부분의 삶을 이탈리아에서 보내며 이탈리아를 제 2의 고향으로 여겼고 자신의 묘비에 자신을 ‘밀라노인’이라고 표기하도록 주문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후에 군을 떠난 스탕달은 문학에 몰입합니다. 그는 사실주의 문학의 시조로 프랑스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묘비에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라고 새길 만큼 그는 일생동안 열심히 썼고,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알려진 작품으로는 ‘적과 흑’ ‘아르망스’ ‘파름의 수도원’ ‘연애론’ 등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아무리 보기 싫은 것이라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습니다. 철저하게 객관적 시각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 그는 발자크와 함께 리얼리즘(寫實主義) 개척자로 알려집니다.
스탕달은 살아서는 거의 아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그의 예언대로 사후 100년이 지난 후부터 그의 문학은 큰 주목을 받습니다. 스탕달의 대표작 ‘적과 흑’은 사실주의 소설로 또 심리주의 소설로 평가를 받습니다. 스탕달은 이 작품에서 섬세하게 주인공 심리를 묘사합니다. 주인공 쥘리엥의 야망과 파격적 사랑은 당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엥 소렐은 제재소 집 셋째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집안에 도움 되지 않게 일도 못하면서 공부를 잘하는 쥘리엥을 싫어합니다. 쥘리엥은 신분 상승의 길은 군인과 사제로 여기고, 자신은 사제로 출세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는 출세하기 위해 라틴어와 신학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는 라틴어 성경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느 날 쥘리엥에게 기회가 옵니다. 쥘리엥은 탁월한 라틴어 실력 때문에 셀랑 신부의 보호와 총애를 받았습니다. 셸랑 신부는 쥘리엥을 베리에르 시장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해줍니다. 쥘리엥은 베리에르 시장인 레날씨 집에 들어가 시골 부르주아의 세계로 진출합니다.
쥘리엥은 소심함에도 불구하고 부자에 대한 적개심과 오해로 레날 부인을 유혹합니다. 레날씨의 집에서 지내는 쥘리엥 소렐의 삶은 레날 부인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뜨거운 야망에 얽힌 위험한 삶이었습니다. 시장 부인은 쥘리엥의 섬세함과 외모에 마음을 빼앗겨 밀회를 즐깁니다.
레날 부인은 진심으로 쥘리엥을 사랑합니다. 밀회에 빠진 레날 부인의 심리를 묘사한 장면은 리얼리즘의 원전이라 불리 울만합니다. “그녀는 후회로 가슴을 치고 있었다. 지난밤 쥘리엥이 자기 방에 왔을 때 그 행동을 나무랐던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쥘리엥이 오늘밤에는 안 올까봐 떨고 있었다. 그 두 시간의 기다림이 이백 년과 같았다.”
귀족에 대한 도발로 시작된 밀회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레날 부인의 순진함과 진심을 알게 된 쥘리엥은 레날 부인을 진심으로 열렬히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쥘리엥을 사모하던 하녀에게 둘의 사랑은 발각됐고, 쥘리엥은 시장 집에서 쫓겨납니다.
시장 집을 나온 쥘리엥은 다른 신부의 소개로 대 귀족인 드 라몰 후작의 비서로 취직합니다. 라몰 후작에게는 딸 ‘마틸드’가 있었는데 그녀는 귀족 청년들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미모의 규수였습니다. 쥘리엥은 마틸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마틸드도 쥘리엥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쥘리엥 아이를 갖습니다. 딸이 아이를 갖자 둘 사이를 반대하던 후작도 승낙합니다. 쥘리엥이 귀족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후작 집으로 레날 부인의 편지가 도착하고 쥘리엥의 지난날의 행실들이 낱낱이 까발려집니다. 결국 쥘리엥과 마틸드의 결혼은 무산됩니다. 이에 격분한 쥘리엥은 레날 부인을 찾아가 레날 부인을 행해 권총을 발사합니다. 부인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쥘리엥은 체포 수감됩니다.
감옥에서 쥘리엥은 레날 부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도 그녀임을 깨닫습니다. 쥘리엥은 자신의 죄를 전부 인정합니다. 살인을 시도한 죄에 귀족을 농락한 괘씸죄까지 더해져 단두대에서 사형당합니다. 마틸드가 장례식을 치러주었고, 옥바라지를 했던 레날 부인은 쥘리엥이 죽은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둡니다.
소설 ‘적과 흑’은 당시 유럽 사회적 계급제도의 부조리와 아픔을 고발한 작품입니다. 출세와 신분 상승을 꿈꾸는 당시 젊은이들의 도전과 아픔을 다소 도전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적’은 붉은 색의 군복을 의미하며 군인으로 출세를 말합니다. 반면에 ‘흑’은 성직자의 성의를 의미하며 성직자로 출세하는 길을 말합니다. ‘적과 흑’이 신분 상승을 꿈꾸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보이는 길들이었다는 사실이 당시 사회의 타락상을 보여 줍니다.
아울러 소설 ‘적과 흑’은 쥘리엥의 도전과 좌절, 탈선 그리고 몰락을 통해서 인간의 야망과 탐욕이 품고 있는 위험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탐욕적 신분상승의 꿈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 것인가를 본 작품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신부의 길을 걸으려 했던 쥘리엥의 탈선과 몰락은 세속화된 종교의 타락상을 아프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셋째로 ‘적과 흑’은 쥘리엥의 탈선과 비극적 인생의 결말을 통해서 사랑을 수단화 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사랑은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그 자체가 보상이요 목적입니다. 쥘리엥의 비극적 인생의 시초는 증오심으로 시작한 레날 부인과의 사랑입니다.
넷째로 ‘적과 흑’은 아무리 포장을 하고 합리화해도 ‘죄는 죄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쥘리엥의 꿈이 소중하고 그의 노력이 가상해도 탈선은 탈선입니다. 사회적 계급제도가 불합리하고 악한 귀족들이 있어도 정당하지 않는 반항이나 복수는 옳지 않습니다. 죄는 죄입니다. 그리고 탈선과 죄는 정죄를 받습니다. ‘적과 흑’을 진부한 권선징악의 소설로 이해하기 보다는 스탕달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성과 시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읽고 싶은 필자의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