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강태광의 기독교 문학 산책]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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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는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입니다. 아버지는 군의관 출신의 가난한 의사였습니다. 그리고 농노에 의해 살해됩니다. 아버지가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한 도스토예프스키는 큰 상처를 받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의 취업을 고려한 아버지의 선택으로 육군 공병사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만 그는 공병이나 건설에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병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공병국에서 근무했으나, 1년 남짓 후 퇴직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사회가 부패하자 지식인들 중에 급진적인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페트라셰프스키’라는 사람의 집에 모여 러시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는 서클에 가입해 열성당원으로 활동합니다. 이 서클은 급진적 사회주의 경향을 띤 모임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프랑스 혁명사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서클에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명으로 28세에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알려진 대로 사형 집행은 극적으로 취소되었고, 4년을 시베리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성경만 반입되는 감옥에서, 성경을 열심히 읽고 독실한 신앙인이 됩니다. 천재적 작가로 알려진 도스토예프스키는 일평생 수많은 작품을 남깁니다. 시베리아 감옥 시절에 얻게 된 지병 간질과 가난이 그의 작품 활동에 큰 짐이 되지만 굴하지 않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작품들을 남깁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죄와 벌은 탐정 소설적인 수법을 써 시종 스릴을 주면서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논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고 알려졌습니다. 죄와 벌은 러시아의 작은 도시에서 발생한 ‘도끼 살인사건’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시작합니다! 그 사건은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라는 23세의 젊은 청년이 범한 살인사건이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대학을 휴학한 상태에 있었지만 준수한 청년이었습니다.

몹시 가난한 그는 마치 관을 연상케 하는 작은 다락방 셋방에 살았습니다. 그의 여동생 ‘두냐’는 가난 때문에 선불을 받고 입주가정교사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그 집주인 남자가 두냐에게 추파를 보내며 괴롭히지만 선불 받은 입주 가정교사를 했기 때문에 그 집에서 쉽게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두냐는 그 집에서 나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남편은 나이가 많고 돈이 있는 남자였습니다. 아주 치사하고 비열한 인간인데 돈 때문에 결혼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어머니는 아들 라스콜리니코프에게 편지로 알려줍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은 아주 불편해집니다.

게다가 그의 머릿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하나 있는데 그가 사는 동네는 빈민굴이고 그곳에 전당포 주인 노파를 죽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당포 주인 노파는 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고리대금업자였습니다. ‘이 사악한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아서 백 명의 선량한 학생들에게 쓰면 어떨까, 그것은 인류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빈곤 그리고 정의감, 가족의 재난,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결국은 그 이념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맙니다. 그래서 그는 졸지에 살인자가 됩니다.

그런데 그는 살인 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안과 정신적 혼란에 빠집니다. 살해하기 전에는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깊은 죄의식을 느낍니다. 불안감 때문에 훔쳤던 돈과 보석을 확인도 하지 않고 땅속에 숨깁니다. 다행히 구체적 목격자와 물증이 없어 완전범죄로 이어졌으나 이상하게도 그 청년은 계속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사실 밀린 방세 때문에 고발된 것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지만 “뽀르피리”라는 노련한 형사로부터 혐의를 입게 되고 결국 그 형사로부터 예리하면서도 끈질긴 유도신문을 받게 됩니다.

이때 술집에서 알게 된 ‘마르멜라도프’라는 술주정뱅이의 딸 ‘쏘냐’를 만납니다. ‘쏘냐’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폐병 환자인 어머니 그리고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버는 매춘부였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쏘냐와 사랑에 빠집니다. 쏘냐에게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쏘냐의 설득으로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범죄가 확인되기 전에 자수합니다. 그래서 그는 살인범으로 시베리아 감옥에서 8년의 유형 생활을 합니다. 이때까지도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견디지 못하고 자수를 택한 나약한 자신을 저주하며 감옥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살인자에게 끝까지 부활과 갱생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이 바로 ‘쏘냐’입니다. 그녀는 시베리아 감옥까지 따라가 정성을 다하여 라스콜리니코프를 돌보아 줍니다.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 보입니다. 결국 살인자는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후회”가 아닌 “회개”에 이르러 새로운 부활과 갱생의 삶을 삽니다. 이것이 죄와 벌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소설 ‘죄와 벌’은 다양한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탁월한 인간 심리의 묘사를 통해서 범죄 한 사람의 심적 고통을 적나라하게 소개합니다. 이 소설은 죄에 대한 벌이 벌금이나 감옥이나 사형이 아니라 양심에 남아 끝까지 괴롭히는 죄책감임을 알려 줍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죄에 대한 벌은 스스로 갖는 죄책감이다’입니다.

소설 ‘죄와 벌’이 주는 두 번째 교훈은 진정한 사랑의 능력을 보여 줍니다. 살인범 ‘라스콜리니코프’가 쏘냐를 사랑함으로 자백, 자수, 회개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봅니다. 이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주님의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능력입니다.

본 작품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물질의 한계입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재물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행동합니다. 전당포 주인 살해도 탐욕스러운 악덕 상인을 살해하는 것을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재물을 통해 자신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의 인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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