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노후준비는 교단 책임
우리나라는 2024년 3월 이후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교역자은급재단 주최로 ‘교역자 은퇴준비 세미나’가 22일 오후 인천 계산중앙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70세 은퇴 이후 30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목회자들의 노후 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이 전달됐다.
이세형 목사(협성대 명예교수)는 ‘생애 설계와 정신분석’을 주제로 “은퇴 후 우리의 영적 삶은 더욱 성숙한 여정이 되어야 한다”며 “은퇴는 오히려 최고의 성숙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시기”라며 목회자 은퇴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대수명이 100세 시대, 건강을 잃으면 삶이 망가지고 빈곤의 덫에 걸리면 삶의 질이 훼손된다. 놀이가 없는 삶은 건조한 사막처럼 황량하고, 인간관계가 나빠지면 섬처럼 고립된 존재로 남게 된다”며 건강과 재정, 놀이, 인간관계의 네가지 요소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재정적 준비를 목회자 은퇴준비의 기본적인 요소로 언급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놓으며,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에 시달린다는 통계발표가 있었다.
이 목사는 “감리교회 목회자의 경우 40년 이상 목회한 이가 은급으로 매달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80만원”이라며 “70세 이후 80만원을 가지고 100세 혹은 120세까지 살아야 한다”며 은퇴 목회자의 암울한 현실을 짚었다.
은퇴 이후 목회자의 삶을 위해 교단의 책임을 강조한 그는 “현실적인 대안이 정부와 교단으로부터 나오기 전에는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할 수밖에 없다”며, “평싱 목회 일선에서 수고한 은퇴 목회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기 위해 교단이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재정적인 뒷받침과 함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노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이 목사는 “목회자 은퇴 후의 삶이 빛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설계하고 주체가 살아있는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노후의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며 “지금부터 건강하고,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퇴 후 ‘생존’의 현실에 직면한 목회자를 위한 ‘3중 보장체계(목회자‧교회‧교단)’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곽일석 목사(원천교회)는 “현재 감리회의 제도는 목회자 은퇴를 목회자 개인의 책임으로 과중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준비된 은퇴로 노후의 삶이 열매맺을 수 있도록 교단적인 노력이 강구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개신교 목회자 수가 15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목회자 10명 중 6명은 은퇴 후 살아갈 집이 없는 실정이다. 그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 목회자의 노후준비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인생의 중대사가 됐다”며 “모든 목회자들은 노후에 대한 관심을 일찍부터 가지고 미리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먼저 국가적 차원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제도의 가입을 촉구했다. 곽 목사는 “대다수 목회자가 종교인 납부 예외자로 분류되어 미가입인 경우가 많다. 총회와 연회, 지방회의 지원을 통해 소형교회나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도 모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은급제도도 연기금 자산운용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 전문성을 확보하고, 정기 교육과 적극적 홍보를 통해 개 교회 목회자들이 안심하고 목회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개인연금 가입이 어려운 미자립교회를 위한 총회와 연회, 지방회 차원의 지원도 요청했다. 곽 목사는 “일반적인 노후보장체제인 3중 보장체계, 목회자와 교회, 교단의 협력체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를 관장하고 조정하고 지원하는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특별위원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목회자는 70세 정년을 넘어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번 은급부 은퇴준비 세미나가 경각심을 일깨우고 더 세밀하게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하고 예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