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주일 근무 거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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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 대법원은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그중에는 동성결혼 기념 웹 디자인 제작 요청 거부, 동성결혼 웨딩 케잌 제작 거부, 주일 우편배달 근무 거부 등과 관련된 소송건 판결이 있었다.
먼저 동성결혼 기념 웹디자인 제작 거부 소송 건과 관련, 미 대법원은 기독교인의 손을 들어줬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커플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소송 건(303 크리에이티브 LLC 대 엘레니스)과 관련, 지난달 30일 미 대법원은 6-3으로, 콜로라도주는 기독교인 웹사이트 디자이너에게 동성결혼 기념 웹사이트를 만들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콜로라도주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는 로리 스미스는 공공 사업장에서 성적 지향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주법이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 소원을 냈다.
콜로라도주는 기업의 동성애자 차별 내지는 그에 버금가는 차별적 발언도 불허하는 법을 규정한 바 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존 로버츠, 클라렌스 토마스, 사무엘 알리토,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등과 함께 로라 스미스의 손을 들어줬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어떤 법안도 헌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정헌법 1조는 모든 사람이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며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유이며 미국을 강하게 유지시키는 일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정이 LGBTQ+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며 “정부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연방법을 더욱 엄격히 집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어 기독교인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미 대법원은 동성결혼 케잌 제작 거부로 오리건주의 기독교인 부부를 처벌한 하급법원의 판결은 무효화했다. 미 대법원은 애런과 멜리사 클레인 부부와 오리건주 노동국이 진행 중인 소송에서, 그들이 성적 취향을 근거로 차별했다고 판결한 하급심을 파기 환송했다.
클레인 부부 대변자 퍼스트 리버티 인스티튜트는 성명서를 통해 “오늘 애런과 멜리사에 대한 대법원의 하급법원 판결 무효화는 환영하지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클레인 부부는 10년 이상 수정헌법 제1조를 위해 싸웠으며 그들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고 밝혔다.
‘스윗케이크스 바이 멜리사’라는 빵집을 운영하던 클레인 부부는 2013년 한 레즈비언 커플의 웨딩 케잌 제작 요청을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합’이라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한편 미 대법원은 주일 근무를 강요당한 기독교인 우체국 직원의 편을 들었다. 미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기독교인 우체국 직원 ‘그렉 그로프 대 루이스 데조이’ 소송에 대한 순회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이는 미 대법원이 종교적 관행 수용에 대한 직원의 요청은, 고용주에 ‘과도한 어려움’을 구성한다는 제3순회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더 나은 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은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 쿼리빌 우체국에서 7년여 근무한 그로프가 제가한 소송이다. 그는 주일에도 아마존 상품을 배달해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 때문에 2019년 직장을 떠났다.
우체국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른 요일의 추가 교대 근무를 허용했지만, 이후 그의 상급자는 그에게 주일 근무를 요구했다. 이에 그로프는 주일 근무 또는 사직을 요구하는 것은 1964년 민권법 제7편, 즉 직장 내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로프를 지지했던 독립법률센터의 랜달 웬저는 “어느 누구도 직장으로부터 안식일을 어기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 곳곳에서 종교적 신념의 이유로 많은 기독교인이 역차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은 우리 모두의 시련임을 잊지 말고 함께 기도할 때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