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반 영향 전망…사람 중심 공감 목회 필요
“감시 체계 및 성경적 기준 제시해 혼란 막아야”
‘복음의 통로일까? 아니면 타락의 지름길일까?’ 지난해 11월 공개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질문 의도와 맥락까지 파악해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인공지능에 사람들은 과거 프로바둑기사를 이길 때 느꼈던 흥미와는 또 다른 관심을 보인다. ChatGPT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교회 역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등장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이처럼 인간의 삶의 많은 영역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ChatGPT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큰 것도 사실이다. 특별히 관계성을 중시하는 종교의 영역에서 무분별한 ChatGPT의 확산은 신앙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예장통합 총회한국교회연구원이 4월 11일 개최한 정책세미나 ‘ChatGPT의 목회적 도전’에서 발제한 김윤태 교수(대전신대 겸임)는 “AI는 양날의 검과 같다. 적절한 준비나 시스템을 마련하면 효과적인 복음의 도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코로나 이후에 또 다른 어려움이 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ChatGPT 인공지능은 잘 준비한 교회에게는 위기(危機)가 아니라, 위(危)험하지만 기(機)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교회의 친구인가 적인가?’를 물을 때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 되었을 때도 동일한 질문을 던졌지만 역사를 거스르지 못했듯 인공지능도 결국 교회 업무와 성도들의 삶 가운데 깊숙하게 자리잡을 텐데, 그날이 이르기 전에 교회가 미리 숙고해 적절한 윤리적 신학적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다양한 목회적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ChatGPT에 대한 목회자의 인식과 사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의 79%가 ChatGPT를 알고 있으며 47%는 사용 경험이 있었고 그중 42%는 벌써 목회나 설교에 ChatGPT를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이미 교회 현장에 ChatGPT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장재호 교수(감신대 과학과신학연구소)는 ChatGPT가 교회에 미칠 변화를 전망했다. 먼저 목회자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ChatGPT를 사용해 설교할 경우 우려되는 점으로 △편견 노출 △새로운 본문 해석 부족 △사용 정보 오류 △표절 △이단 노출 △성경 내용 왜곡 등을 꼽으면서도, 잘 활용할 경우 △아이디어 구성 도움 △해석에 대한 새로운 관점 발견 △준비 시간 단축 등 예상되는 유익도 설명했다.
또 설교와 교육, 심방 등 목양적 요소를 뒷받침하는 행정 및 사무, 교인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ChatGPT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교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ChatGPT는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교인들의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걸로 예상된다. 궁금한 신학적 내용이 있다면 목회자를 찾아가지 않고도 언제든 ChatGPT에게 물어 편하게 답을 구할 수 있고, 금기시 돼 온 질문과 상담하기 민감한 고민도 인공지능에게는 쉽게 꺼내놓을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반면 이러한 현상은 목회자와 교인들의 소통 단절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교인들 간의 교제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 것이다. 이 경우 목회자는 교인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기에 강단에서 그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설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회는 앞으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할 것인가? 국제미래학회장 안종배 교수(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는 ‘ChatGPT 인공지능의 목회·선교 활용 원칙’을 제안했다. ChatGPT를 통해 누구라도 설교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됐고 신학에 관한 정보들도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해 주는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오용을 막기 위해서다.
안 교수는 “ChatGPT를 참조로 하되, 더욱 말씀을 붙잡고 묵상하고 기도로 하나님과 더욱 깊은 교제를 나누는 영적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태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교회가 고민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 즉 신앙의 영역이라는 것. 많은 전문가들은 Chat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AI시대의 인간에게 주어지는 생존능력 중 하나로 ‘공감력’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그런 면에서 이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나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교회는 더 대면 목회활동에 치중하기를 조언했다. 교회마다 체험적 영성을 더 강화하고 다양한 참여적 목회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사람 중심, 관계 중심의 목회를 펼쳐 나가야 한다는 권면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는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단들의 정보점령, 인공지능의 오류 가능성 등에 대해 상시 감시하는 초교파적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각 교단 신학에 근거한 성찰과 목회적 숙고를 거쳐 지 교회에 성경적 활용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벌써 학계나 산업계, 교육계는 발 빠르게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가는 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2186호, “미래 과학기술에 성경적 가이드라인 있나?”)에서도 경고한 바 있다.
최 박사는 당시 “변화된 사회에서 성경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꼬집으며 “과학기술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기독교인이 대답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성경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들은 “AI 기술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모방과 창조 능력의 산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잘 사용하면 축복이지만 성경적 가이드라인이 없이 잘못 사용되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21세기 바벨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