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2, 2024

아시안 향한 혐오범죄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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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 구성하자

▲ LA 아시안 혐모 범죄 항의 시위

미국 내 아시안을 향한 혐오 범죄가 지난 1년 사이 대폭 증가하면서 또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도심가를 걷던 데니 유 창 씨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누군가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고, 실명에 이르렀다. 데니 씨에 따르면 지갑 등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보아 증오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데니 씨 폭행이 있던 같은 날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도 공원 산책 중인 아시안이 언어적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리고 16일에는 조지아주에서 아시안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세 곳에서 끔찍한 연쇄 총기 난사 사건으로 8명이 목숨을 잃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인종의 다양성이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그러나 왜 타인종들은 유독 아시안을 혐오하고 그것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아시아 태평양계에 향한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 단체가 집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아시안 증오 범죄가 약 4천여 건 집계됐고 그중에 한인이 14.8%라는 결과도 있다. 또한 아시안 증오 범죄는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뉴욕, 워싱턴주 순으로 이어졌다. 단체 측은 실제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아시안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반중국 정서에 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을 크게 높인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발언 도중 ‘중국산 바이러스’라고 언급하는 등 인종차별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에 대한 증오 대상이 아시안으로 퍼져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증오 범죄의 급증에 따른 해결책이나 방지를 위한 정책, 캠페인 등을 보면 생각보다 부진하거나 타인종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아쉬움은 전한다. 지난해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BLM)’는 운동과 비교해봐도 주류 언론의 관심이나 정치인들의 참여가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그만큼 미국 내 아시안들의 입지 부족과 함께 아시안들 스스로 이런 피해에 대해 그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행히 펜데믹 동안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아시안 대표 단체들이 늘어났고 정치적 이슈의 근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 등을 공개하는 등 이전과는 달리 좀 더 구체적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앞서 조사에서 보았든 팬데믹 동안 피해를 본 아시안 인종 중 중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다는 것은 미주 한인 내에서도 이제는 증오 범죄와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과 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나성균 목사

이런 가운데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고 한인교회가 타인종과의 갈등을 풀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의 슬픔을 감싸는 일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다민족 전도와 사역에 중점을 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 자리한 샬롯장로교회 나성균 목사는 이번 아시안 혐오 범죄 급증과 관련해 가장 먼저 단합되지 못한 아시안들의 단점을 말한다. 나 목사는 “동양 문화권에서 가족 범위를 벗어나면 다 남이라고 생각하고 경쟁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적인 이유 등으로 아시안이 진정한 하나 됨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다. 이어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웃을 무시하지 말고 그들을 예수께 인도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주변 노숙자와 타인종을 더 돌보고 우리 커뮤니티에 아시안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환경이 되면 왜 그들이 아시안을 증오하고 미워하겠는가? 지금은 교회가 나서 그리스도의 이웃 사랑을 더욱 알리고 실천할 때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최근 LA 한인타운에서는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 LA 한인들이 차량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LA 지역 정치인들 일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주 내 모든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같이 움직여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끈다. 아시안들이 이제는 밖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다. 성경 <레위기>를 통해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한인 사회가 항의와 목소리 내기에 앞장선다면, 한인 교계는 타인종을 통해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 전하기와 포용의 리더십을 통한 문제 해결에 앞장설 때이다.

/ 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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