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국제종교자유정상회의
베트남, SOS를 테러조직으로 규정
지난주 베트남 공안당국은 이달 초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국제종교자유정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Summit; IRFS)에 보트피플 SOS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비판했다.
이 정상회의는 보트피플 SOS,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 ICC) 및 전 세계 여러 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연례 행사다.
베트남 공안당국은 보트피플 SOS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해당 단체와 관련된 인물들의 주거지 및 사업장 주소로 추정되는 정보를 공개했다. 이는 오랫동안 베트남에서 종교 자유를 옹호해 온 단체들에 대한 협박에 가깝다.
베트남 공안당국은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을 통해, IRFS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잘못 전달하여 베트남을 폄훼했다며 이같은 정상회의는 베트남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ICC와 보트피플 SOS를 비롯한 정상회의 참여 단체들은 지난 수년간 베트남에서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 사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수많은 박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2003년부터 매년 미국의 ‘특별 우려국(Countries of Particular Concern; CPC)’ 리스트에 베트남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CPC 지정은 법적으로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를 자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USCIRF는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 베트남 공안당국이 몽타냐르 및 흐몽족 개신교 신자, 크메르 크롬 불교도, 그리고 즈엉 반 민 교리를 따르는 흐몽 신도 등 소수 민족 종교 단체를 지속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된 종교 단체의 경우 국가 통제 하에 있는 대체 단체에 가입하도록 강요하고, 독립된 몽타냐르 개신교 신자들의 종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그들이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며, 국가 통합 저해와 민주적 자유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체포하여 형을 선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PC 및 특별 감시 대상(Special Watchlist; SWL) 지정을 담당하는 미 국무부는 2022년부터 베트남을 SWL 국가로 지정해오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이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를 자행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국무부는 2024년 보고서에서, 베트남 법은 정부 공안당국에게 광범위한 종교 활동 제한 통제권을 허용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1950년대 현 베트남 국가 수립 초기부터, 그리고 1970년대 남베트남이 함락된 이후에도 베트남 공안당국은 종교를 철저히 규제해 왔다.
중국과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종교 단체들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종교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 수준은 북한이나 중국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공식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거쳐야고 국가 안보 및 연합에 반하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이같은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당국은 합법적인 종교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을 갖게 된다.
이로인해 등록된 종교 단체조차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미등록 단체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가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되기 때문에 훨씬 가혹한 탄압을 받는 처지에 놓여있다. 미등록 단체의 지도자나 신도들은 근거 없는 법적 기소, 체포, 심지어 물리적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USCIRF 보고서에 따르면, 미등록 종교단체 회원의 경우 베트남 공안당국이 출생증명서와 같은 필수 신분증을 발급해주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무국적자로 전락하게 만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데이빗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