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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 때문이야”
가수 이장희가 부른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 히트했던 곡입니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한 것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한때는 금지곡이 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면 후렴에 계속 반복되는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가 묘하게 중독이 됩니다.
이 노래를 생각하면 아담과 하와의 핑계가 떠오릅니다. 하나님은 아담을 불러 “내가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물었습니다. 아담은 “하나님이 주신 여자가 내게 주어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핑계를 댔습니다. 하나님을 탓하며 불순종의 책임을 아내에게 떠넘겼습니다. 하나님은 하와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하와는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며, 역시 핑계를 댔습니다. 뱀이 유혹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면 우쭐해져서 자기 의를 내세웁니다.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혹 일이 엉클어지거나 잘못되면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립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남부끄러운 일입니다. 자신은 쏙 빠지고, 남 탓만 한다면 문제만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말씀을 묵상하다가 핑계 대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져야 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묻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돼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핑계를 대는 것은 자신감이 없거나, 비난받는 것이 두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나에게도 그러한 경향이 없는지, 성령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핑계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태도입니다.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뿐만 아니라, 남의 잘못이나 실수도 짊어지는 것이 십자가 정신입니다. 구차한 변명대신 묵묵히 맡겨진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건 너 때문이야”가 아니라, “그건 나 때문이야”라고 하면서…
“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라. 그리하면 바다가 너희를 위하여 잔잔하리라. 너희가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이 나 때문인 줄을 내가 아노라.”(욘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