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중직은 세계적 추세 … 능동적으로 대안 검토할 때
총신대 양현표 교수에 따르면 목회자 이중직은 오늘날 시대적 추세이며, 특별히 미국에서 매우 일반적이고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미국남침례교는 이중직을 권장하는 대표적 교단으로 약 73%의 침례교 목사가 이중직 목사이며, 미국장로교회 경우도 약 12%의 목사가 이중직 수행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목회자이중직 신학전문위원회의 2차 공개세미나 자료집을 통해 소개된 미국과 뉴질랜드 교회들의 사례를 살피면서, 우리 총회 이중직 정책마련에 타산지석으로 삼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북미주개혁교회 목회자이중직연구위의 연구결과 고찰
장주동 박사(MBTS객원교수)
북미주개혁교회(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이하 CRC)는 현재 약 1300여 개의 교회와 23만여 명의 성도들이 소속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75%는 미국에, 25%는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다. 한인교회의 숫자는 120여 개이다. 칼빈주의 신학을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개혁주의 신앙의 전통 아래 서 있다는 점에서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강조가 우리 교단의 신학과 일치한다.
CRC는 최근 목회자이중직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맡겼으며, 그 결과가 2021년 교단총회에 제출된 바 있다. CRC의 경우, 단일민족(백인) 중산층 교회에서는 이중직 목회자나 연관된 사역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소수민족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공동체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미 이중직이 보편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흑인 목회자의 70~75%, 중국인 목회자의 40%, 히스패닉 목회자의 65~70%가 이중직 목회자인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한인교회들의 경우, 담임목회자가 이중직으로 사역하는 경우는 5%로 다른 소수민족들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부교역자의 대부분이 이중직으로 사역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한국문화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또한,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보수를 받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개척교회의 경우는 48%가 이중직사역을 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중직 사역의 미래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CRC 내에서 이중직으로 사역하는 목회자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교회는 인구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어린아이와 청소년 청장년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교단 내 교인수도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 교단의 평균 출석 교인 수는 156명이고, 미국 내 교회의 경우에는 어린이를 포함해도 70명 정도이다.
최근 CRC 통계는 매년 평균 2%씩 교회의 교인수가 감소함을 알려준다. 이는 교회의 재정수입이 전임목회자 사례를 줄 만한 능력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서 더 많은 기성교회와 교인이 감소하는 교회가 이중직 목회자들에 의해 이끌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중직연구위는 CRC에서 목회자를 청빙할 때 재정적인 지원과 관련해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적절한 후원의 범위를 정리했다. 적절한 후원에는 생활임금, 각종보험 및 혜택, 그리고 연금과 은퇴자금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중직 목회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보험 연금 등의 수혜가 가능하도록 하고, 부부가 공동목회를 할 때 멤버십 비용이나 연금이 두 배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정하고, 신학생들이 전임목회자가 되기로 하고 장학금을 받은 뒤 이중직으로 일하는 경우 장학금을 회수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리고 교단 내에서 이중직 사역을 포용하고 효과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중직 사역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연관된 교회법과 규정의 개정을 요청하였다.
CRC의 이중직사역에 관한 연구는 우리 교단의 현재의 목회환경과 미래목회 환경을 생각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중직 사역에 관한 성경적 신학적 정리와 아울러서, 총회규칙 수정 보완, 이중직 사역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있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뉴질랜드장로교회 겸직목회 사례
한경균 목사(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크워크 대표)
필자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2개월 동안 뉴질랜드장로교회(이하 PCANZ)의 아시안사역총무로, 뉴질랜드장로교회의 직영신학교인 녹스신학교의 겸임교수, 북부노회 운영위원, 목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목회자 후보생의 선발과 교육, 목사안수, 청빙과정에 참여해 왔다.
뉴질랜드장로교회는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해서 발표한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목사의 경우, 총회목사(National Ordained Ministry·이하 NOM)는 199명의 유급목사가 주당 7056시간의 목회를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목사 71명이 주당 286시간의 목회를 하고 있다. 또한 노회목사(Local Ordained Minister·이하 LOM)는 45명의 유급목사가 주당 1140시간의 목회를 하고 있고, 자원봉사목사 45명이 주당 157시간의 목회를 하고 있다.
LOM은 지교회 당회가 추천한 목회자 후보생을 노회 차원에서 선발하고 안수한다. NOM 목회자 청빙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한 지교회들을 위해서, 그 교회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은 평신도 지도자(주로 장로)를 노회에서 추천해서 기본신학과정을 마친 이들에게 노회 목회자추천위원회의 면접과 단기교육 후에 안수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LOM목사는 주당 15~25시간 정도 목회활동을 하는 준전임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겸직 혹은 이중직 목회가 가능하다.
필자가 속해서 활동했던 북부노회에는 목회위원회(Ministry Work Group)가 있다. 이는 한국장로교회 구조에서 노회 정치부에 상응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PCANZ의 경우 목사를 청빙할 시에 노회 목회위원회가 파송한 3인을 포함하며 지교회 대표 5인과 함께 목회자청빙위원회(이하 MSB)를 구성한다. MSB에서 새로 청빙 받는 목회자 범주가 NOM인지 LOM인지를 확인하고 주당 40시간부터 48시간 목회를 하는 전임목사로 청빙할 것인지, 주당 15시간에서 25시간 정도 목회를 하는 준전임목회로 청빙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PCANZ 총회 홈페이지나 노회 홈페이지 혹은 회람문서에 목회자 청빙 공고를 낸다.
그 내용을 보면 FT(풀타임) 혹은 ‘1.0’ 목사 청빙 공고 이외에 ‘0.6’ ‘0.7’ ‘0.8’ 목사 청빙 공고를 볼 수 있다. 0.6목사는 주당 24시간, 0.7목사는 주당 28시간, 0.8 목사는 주당 32시간 목회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PCANZ에서는 4시간을 1유닛(Unit)으로 환산하는 독특한 목회시간 환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목사의 목회는 4시간을 기본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이해한다. 예를 들어 1시간 정도의 성경공부를 인도할 때 준비시간을 감안해서 1시간의 목회시간이 소요된 것이 아니라 1유닛인 4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본다.
전임목사는 주당 10유닛에서 12유닛의 목회를 수행하고 준전임이나 파트타임 목회자는 6유닛이나 7유닛 목회를 수행하는 것으로 인정한다. 6유닛 목사는 탄력적으로 3일간 목회를 할 수도 있고 오전 4시간씩 6일간 목회를 할 수도 있다면,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다른 일을 겸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청빙 받는 과정에서부터 확인하고 조정한다.
이 유닛 방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면 이중직이 가능한 겸직목회도 가능하지만,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상호보완적인 팀 목회도 가능하다. 상담사 자격을 가진 목사 중에 2유닛은 상담사로 일하고 8유닛은 담임목사로 일하거나 교사자격증을 가진 경우 학교에서 4유닛, 교회에서 6유닛으로 사역하는 경우가 있다. 목사의 겸직과 시간 조정 여부는 당회의 협의를 거쳐 노회 목회위원회의 최종승인을 받지만 목회자의 겸직 소명과 은사를 이해한 상태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장로교회들도 뉴질랜드장로교회의 목회 유닛방식을 착안해, 목사가 생계비 충당을 위해 과로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후기기독교사회(Post-Christendom)시대의 창조적 목회가 되도록 협업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독신문